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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교정 작물에 대한 합리적 규제의 필요성
유전자교정 작물에 대한 합리적 규제의 필요성
미래식량자원포럼 상임부회장
김동헌
우리는 지금 세계사의 전환을 목격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글로벌 교역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자유 시장경제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고, 인공 지능 등 첨단 IT 혁신 기술은 자동화와 규모화를 앞세운 거대 기업의 시장 독점을 넘어서,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되고 있다.
생명공학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의약계에서는 기존의 단백질 중심의 백신체계를 뒤흔드는 mRNA 백신이 출현했고,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고 형질을 개선할 수 있는 유전자교정 기술은 다양한 생물산업계에서 폭넓은 활용이 가능한 기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5년 이상 유전자변형 기술이 지배해온 글로벌 종자 시장에서도 유전자교정 기술의 확산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유전자변형 기술보다 더 빨리, 저렴한 가격으로 우수한 형질의 품종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은 유전자교정이 가진 많은 장점 중의 일부다. 교배나 돌연변이와 유사한 형질 개선 작물을 훨씬 더 정확, 정밀하게 만들 수 있는 유전자교정 기술을 이용하면 그동안 10년 이상 걸렸던 신품종 육성을 2 ∽ 3년내에 끝낼 수 있다. 유전자교정 기술로 만든 작물 품종은 자연 혹은 인공 돌연변이 유래의 품종과 구별할 수 없는, 동일한 것이다.
유전자교정의 잠재적 가치를 인정한 각국의 정부는 기술 포용을 위해 전향적인 정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유전자변형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미주 지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은 유전자교정, 특히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은 특정 유형 (SDN-1 등)의 유전자교정 작물을 일반 작물로 취급하고 있다. 그동안 유전자변형 작물에 대해 사전예방주의적 관점에서 엄격하게 규제했던 유럽연합도 오래전부터 유전자교정을 비롯한 신유전체 기술에 대해 유전자변형과 차별화된 규제를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비록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제동이 걸렸지만, 현재 진행 중인 EU의 제도 개선 작업을 통해 조만간 적극적인 기술 포용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 다만 환경 단체 등이 유전자교정 생물체를 GMO2.0으로 규정하고 유전자변형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정책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유전자교정 등 새로운 생명공학 생물체를 우리나라의 LMO 규제체계 내에 포함시키기 위해 ‘유전자변형 생물체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LMO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5월 26일 발표된 LMO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유전자교정 생물체 등을 ‘새로운 유전자변형 생물체’로 규정하되, (1) 개발과정에서 외래 유전자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2) 외래 유전자를 사용했으나 최종 산물에는 포함되지 않았거나, (3) 교배 혹은 돌연변이 등 전통적인 육종 방법으로 육성한 것과 동일한 것에 대해서는 위해성 심사와 생산/사용/수입 승인을 면제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우리나라의 LMO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시킨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완화 노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교정 작물을 LMO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2월 8일 열린 ‘LMO법 개정안에 대한 산업계 토론회’ 참석자들은 산업부의 개정안이 유전자교정 작물에 대한 규제 완화임을 인정하면서도 LMO로 낙인이 찍히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LMO에 대한 국내 인식이 부정적인 상태에서 유전자교정 작물을 LMO로 규정하면, 품종 개발에서 실제 재배까지의 과정 중 여러 단계에서 농민들의 참여가 어렵게 되며, 이는 종자 회사의 투자와 연구개발 의욕 상실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완화된 규제에 적용을 받게 되더라도 LMO로 일단 낙인이 찍히면 일반 소비자의 요구가 있더라도 사업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외국에서 일반 작물로 규제를 면제받아 상업화된 품종이, 예를 들어 일본에서 개발한 GABA 강화 토마토가 국내에서 완화된 규제 체계에 따라 위해성 심사, 사용 및 수입 승인 요건 면제 등을 받으면 아무런 장애 없이 종자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의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유전자변형에서도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ORF사는 보리 종자에서 인간 상피성장인자 (EGF)를 생산했다. 바이오이펙트사는 보리 유래의 재조합 EGF를 화장품으로 제조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의 위해성 심사 등 어떤 규제도 받지 않았다. 반면에 국내에서 같은 전략으로 식물에서 EGF를 생산하려면 LMO법을 비롯한 다양한 규제의 대상이 된다. 토론회에서 지적된 또 다른 문제로 LMO 표시제가 있었다. 개정안에서는 사전 검토를 통해 외래 유전자가 없는 유전자교정 생물체에 대해 위해성 심사 등을 면제하도록 했지만, LMO 표시 면제 등에 대해서는 고려가 없었다. 현행의 LMO 혹은 GMO 표시제에 따르면 유전자와 단백질 등이 있는 경우 표시 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유전자가 있는 유전자교정 산물(식품, 사료 등)은 표시대상이지만 검출과 동정이 불가능한 산물의 특성상 표시제 위반을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유전자교정 작물을 LMO로 간주할 경우 현재의 LMO표시제는 시행이 불가능한 제도가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시대의 전환점에 서 있다. 새로운 과학 기술과 혁신 산업의 쓰나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범지구적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 해답은 적극적인 기술 포용과 활용이다. 그동안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현재가 미래에도 계속되기를 원한다면, 과감한 정책 결정을 통해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유전자교정에 대한 합리적 정책 결정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