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2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3[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4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5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6[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7"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8[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9[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 10‘2023 국제식물생명공학총회(IAPB)’ 성료, 전세계 1,000여명 과학자 및 전문 연구원 참가
팬데믹과 생명공학기술의 수용
팬데믹과 생명공학기술의 수용
Covid-19으로 불리는 바이러스 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 아래 인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과감한 생명공학 신기술의 채택을 들 수 있다.
Covid-19 이전 인류의 역사에 기록된 초대형 팬데믹은 15~19세기에 창궐한 천연두(Smallpox), 14~18세기에 극성을 부렸으며 당시 유럽인구 1/3을 사망으로 내몰았던 흑사병(Black Plague), 그리고 20세기 스페인독감(Influenza)이 있었다. 이런 병원균(바이러스, 세균)을 상대로 싸우는데 있어서 인류가 사용했던 무기는 백신과 항생제 등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인류 역사의 아즈텍 문명을 역사에서 사라지게 했고 수억명의 인류 목숨을 앗아갔던 천연두 바이러스는 당시에 횡횡하던 신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공포의 벽을 넘어 어렵게 도입된 우두백신(1796년,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소 천연두를 사용하여 개발)과 이의 업그레이드 신기술이 정착하자 20세기 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는 인류를 공격하던 병원균을 과학기술의 힘으로 완벽하게 제압한 기념비적인 사례일 것이다.
백신은 기본적으로 병원활성이 없거나 매우 약한 병원균 또는 그 단백질 항원을 체내에 주입함으로써 우리 세포가 이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 면역을 갖게 하는 것이다. Covid-19 이전에 주로 사용하던 백신은 사백신, 비활성화 백신 또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 사용되었으나 이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는 최초로 DNA 및 mRNA백신을 개발하여 코로나와 싸움에 임하고 있다. 보통 신약개발이 10여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1년만에 개발되어 상용화된 화이자의 mRNA백신은 과학기술 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할 만할 것이다. 아직 부작용 등의 이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신기술은 이제 시장의 핵심기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차후 다양한 치료제 등으로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자 여기서 GMO 이슈의 관점으로 한번 이 상황을 바라보자.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최초로 도입될 당시만 해도 엄청난 GMO 이슈가 되었던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어진 재조합 의료용 단백질은 당연히 GMO 제품이지만 인체용 의약품이기에 이제는 사람들은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더 나아가 잠재적으로 우리를 LMO(Living Modified Organism, 살아있는 GMO)로 만들 수도 있는 기술인 핵산(DNA, RNA)을 우리 몸에 주입하는 것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혹자는 백신을 맞는 것이 우리가 LMO가 된다는 말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LMO법 제2조 정의에 의하면 유전자변형(GM)생물체란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거나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을 세포 또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직접 주입하는 현대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새롭게 조합된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생물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DNA/RNA 백신을 몸에 주입한 사람은 LMO라 볼 수 있는데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에 대항하는 면역의 혜택이 GMO 백신이 주는 잠재적인 위험보다 크기에 우리가 LMO가 되더라도 백신접종을 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있는 78억 인류의 번영과 문명을 가능하게 한 것에는 백신 외에도 항생제 및 작물육종을 통한 식량증산 등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약 8억명의 인류는 배고픔에 시달리며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해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어 있어 팬데믹 영양결핍은 아직도 인류가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이다. 하지만 일인당 경지면적의 감소 및 세계적인 이상기후 등으로 이러한 도전 극복은 매우 어려운 실정에 처해 있다. 한 가닥 희망은 혁신적인 작물육종기술의 도입이다. 멘델의 유전법칙 발견 후 교배육종, 잡종강세 육종, 돌연변이 육종, GMO 육종, Marker-assited 육종 그리고 최신의 유전자교정을 포함한 신육종 도입 등 작물육종 분야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모든 작물을 포함한 생명체의 유전체정보는 ATGC 염기 네 개로 구성되어 있고 유전체에는 수많은 기능의 기본단위인 유전자들이 있으며 유전자들의 정보를 바꾸던가 유전자의 발현을 바꾸면 생물학적인 형질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그 생명 정보인 유전체 정보는 형태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세대 세대 지속적으로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약 13,000년의 육종의 역사 동안 잔가지는 많으면서 낱알이 매우 작았던 원시 테오신테라고 불리는 옥수수 조상 식물로부터 오늘날의 굵은 낱알을 갖는 풍요의 옥수수가 되기까지 수많은 유전자내 변이들의 축적이 있었다. 또한 현재의 옥수수들은 이러한 변이와 육종의 결과로 같은 옥수수끼리도 유전자 수에서 1000여개가 많고 적을 정도로 다양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더 좋은 품종의 종자를 개발하는데 유용한 유전자원을 제공한다.
우리는 인플렌자와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에 대해 무서움을 실감하고 있다. 2019년 초기 발생된 바이러스의 변이형은 이제 델타형이 주도형이 되었고 또 언제 또 다른 변이가 주도형이 될지 몰라 인류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떻게 바이러스는 이렇게 다양한 변이를 만들어 갈까? 바이러스가 지능이라도 있어 숙주의 면역시스템을 피해가는 유전체로 변신을 하는 것일까? 비밀은 유전체를 복사하는 중합효소에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SARS-CoV-2, 약 29,900 염기로 구성)로 RNA polymerase라는 중합효소에 의해 복제가 일어나는데 약 10,000염기당 1개의 변이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 코로나바이로스 유전체는 평균적으로 약 3개의 변이가 매 세대마다 일어나는 상황이다. 이 중 숙주에 더 잘 감염되고 면역력이 낮은 바이러스가 더 잘 살아남게 되어 최종적으로 우세 바이러스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이는 인간의 조절능력 밖의 생물리 현상의 일부이고 병원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이는 인류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이가 작물에서도 일어날까?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가 RNA로 구성된 반면 작물의 유전체는 DNA로 구성되어 있으며 DNA polymerase(중합효소)가 복제를 수행하는데, DNA 중합효소의 경우 훨씬 더 정밀하게 작동하여 약 1억개당 1개의 변이를 수반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작물의 한 세포가 갖는 유전체 크기는 바이러스와 비교하여 훨씬 더 커서 상황은 바이러스와 유사해진다. 유전체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밀의 경우 약 200억 염기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매 복제마다 200개 정도의 변이가 새로 생긴다. 인류가 재배하는 밀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되는 변이 중에 다음 세대로 가는 경우만 860경 개의 변이가 예상되며 이 수는 밀알을 일렬로 세우면 2만회 지구-태양 거리를 왕복해야 하는 숫자이다. 우리가 먹는 모든 밀알의 세포 세포마다 다른 변이 유전체를 갖고 있으며 다행스럽게도 인류는 지금까지 그런 음식을 먹으면서 아무 탈 없이 잘 살아온 것이다. 더 고마운 것은 이런 변이가 더 좋은 품종개발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병원체의 변이의 경우 숙주에서 더 잘 적응하는가에 의해 선택되고 증식되고 우리의 무서움의 대상이지만, 작물에서는 사람에게 얼마나 유익한지가 선택의 기준이 됨으로 작물의 경우 변이가 다양할수록 육종가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빈도로 일어나는 자연돌연변이에 비해 더욱 효율적으로 변이를 유도하는 육종방법이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을 사용해 일으킨 무작위적인 돌연변이 육종이다. 하지만 이 경우 불필요하거나 작물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변이를 제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인류는 무작위 돌연변이에 의존하던 육종시대를 넘어 지난 4반세기 동안 선택적인 유전자를 도입하는 GMO육종 기술을 사용하여 왔고 이제는 표적유전자에 특이하게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하였고 작물육종에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짧지 않은 GMO 사용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인 이유로 우리의 먹거리 생산에 최신의 생명공학 기술을 사용하는 GMO기술, 또는 이를 통해 만들어진 GMO 작물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적인 거부감은 매우 큰 편이다. 이러한 거부감의 주요 원인의 하나는 GMO 작물이 그 자체로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외부유전자)를 포함하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GMO작물의 저항감 개선을 위해 나온 차세대육종기술 중의 하나가 바로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는 유전체교정기술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한 유전체교정작물은 외부유전자를 포함하는 일반 GMO와 달리 어떤 외부유전자도 포함하지 않고 자신의 유전자의 일부 염기만을 변화시켜 개선된 작물형질을 나타낸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자연적으로 수없이 만들어지는 변이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고 돌연변이 전통육종 작물과 구분할 수도 없으며 목적적으로 만들어지는 극도로 제한된 형태의 변이로 형질개선을 이루는 것은 현존하는 기술 중 안전성이 극대화된 기술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과학의 발전과 함께 창출된 정밀성, 안전성 및 경제성에서 진일보한 혁신적인 신육종기술이 사회적으로 안착될 수 있는 제도적인 환경개선과 사회문화적인 수용이 조기에 이루어져 인류의 식량 및 보건 상황 개선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팬데믹의 원조인 흑사병의 극복을 통해 중세 시대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 중흥을 이룬 것처럼 Covid-19의 극복과정을 통해 인류가 생명공학기술의 현명한 활용법을 읶혀 인류의 건강복지의 지평을 넓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