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2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3[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4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5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6[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7"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8[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9[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 10‘2023 국제식물생명공학총회(IAPB)’ 성료, 전세계 1,000여명 과학자 및 전문 연구원 참가
미래를 위한 결단
김동헌
국립농업과학원
(장면 1) 서양의 과학기술 문물을 신속히 받아들인 일본은 구주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국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쇄국과 개국의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며 신문물을 자기 것으로 하는데 실패한 조선은 일본의 야욕 앞에 무기력하기만 했고 결국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망하기 전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일본의 식민지로서 고통을 받아야했다.
(장면 2) 1970년대 미국이 냉전전략의 하나로 주도한 녹색혁명의 핵심인 키 작은 밀 신품종 육성의 개념을 벼에 적용한 통일벼의 개발은 쌀 생산성의 비약적 증가, 도농 간 인구 이동에 따른 산업 인력의 확보 등으로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북한을 추월할 수 있었고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 산업 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국가와 민족은 세계의 강국으로 성장하고 흐름에 뒤처지면 쇠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과학과 혁신적인 신기술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증기기관의 발명에서 비롯된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19세기 독일과 미국을 중심으로 강철, 화학, 전기 분야의 신기술에서 비롯된 2차 산업혁명 등은 과학과 기술력의 확보가 국가의 생존과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는 생명공학을 미래 산업을 선도할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농업분야에서도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차세대 바이오그린21 사업 등 농업생명공학 기술 개발과 활용을 위한 산학연 협력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생명공학 기술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능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뿐만 아니라 유전체 분석 및 정보 활용에 있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 요인들로 인해 우리 농업이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로 활용될 수있는 농업생명공학 기술력이 실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점점 더 낮아지는 것은 우려할 만 하다고 하겠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황우석박사의 동물 복제와 줄기세포 기술력은 발표논문의 데이터 조작과 생명윤리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시들어버렸고, 유전자변형 작물도 일부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로 인해 실용화를 위한 안전성 심사 청구가 요원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그동안 국내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 피와 땀의 노력으로 이룩한 우리의 기술력이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사장될 우려가 매우 높다.
지난 11월 22일부터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주최한 LMO 환경방출 및 안전관리 아시아포럼은 LMO의 실용화와 관련하여 여러 느낌을 준 소중한 자리였다. 포럼에 참석한 방글라데시의 호크박사가 자국의 농민들을 위한 해충저항성 가지의 실용화 성공사례를 설명할 때 그의 얼굴에 나타난 자부심과 성취감 그리고 미래를 위한 자신감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고, GM 작물 반대운동을 추진한 단체 대표가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GM 작물사업단의 주요목표인 ‘다국적 기업의 기술독점에 대응한 고유 기술 개발’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발언에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포럼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GM작물의 수용을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는 일부 공감하는 면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는 국가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GMO와 관련된 논란의 중심에는 유럽에 본부를 둔 국제비정부환경단체(INGO)가 있다. 인간 자체가 자연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적이라는 자연보전주의적 도그마에 따라 신기술을 배척하는 이들 단체들은 GMO의 위해가능성을 왜곡, 과장하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다양한 언론플레이와 캠페인을 펼쳐왔다. 국내 환경 단체들이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걱정한다면 국제환경단체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모든 기술적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수립하는데 기여한다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유기농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쿠바도 GM 작물의 시험재배를 결정했고 유럽과의 교역 문제 등으로 인해 GMO를 꺼렸던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들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동참하여 우리가 애써 이룩한 연구개발 성과를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혹은 격심한 세계 기술 경쟁에서 다시 한번 좌절을 겪고 고통을 받을지 여부는 오늘 우리가 내리는 결단에 달려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