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2[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3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4[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5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6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7[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8"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9[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10[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인플루엔자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
ejlee@kbs.co.kr
영화 ‘괴물’을 보면 노란 머리의 한국인(송강호 분)을 미국인 과학자가 진단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얀색 방역복으로 온 몸을 감싼 그는 미군 병사의 몸에 수포를 일으킨 무서운 바이러스의 정체를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미국인 과학자와 한국 통역인과의 영어 대화를 듣던 송강호는 “바이러스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로 알아챈다. “바이러스 없지? 없다며. 그런데 왜 나를 잡아두는 거야” 송강호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험대에 누워 몰모트가 될 위기에 처해진다.
멕시코 돼지 농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신종 인플루엔자 H1N1’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글로벌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공포를 반영하듯 미국의 한 과학전문 웹사이트(라이브사이언스닷컴)가 전염병 영화 10선을 선정했는데 재밌게도 우리나라 영화 ‘괴물’도 포함돼 있었다. “할리우드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어떻게 표현했나”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 실린 10대 전염병 영화는 1922년 제작한 “노르페라투”라는 영화부터 2년전 개봉한 “나는 전설이다”까지가 약 90년동안 제작된 영화들이 총망라되어있다. (표 참조)
이들 10편의 영화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이 현대 과학의 발전사가 영화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이다. 과거 유럽인들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세균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페스트와 같은 질병을 신의 저주로 생각했다(노르페라투, 제 7봉인). 하지만 세균학자 코흐에 의해 세균의 정체가 밝혀짐에 따라 공포의 대상은 세균, 즉 박테리아로 옮겨간다.
1971년작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은 제목에서부터 당시의 과학 발전을 반영한다. ‘안드로메다’는 외계 우주를, ‘스트레인’은 미생물 종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 영화는 인공위성이 지구에 추락하면서 정체불명의 외계 미생물이 함께 들어와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내용인데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 등으로 시작된 우주탐험의 열기와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반영한다.
1990년 이후 제작된 영화부터는 바이러스가 주요 소재다. 예컨대 1993년작 “앤드 더 밴드 플레이드 온”은 에이즈 바이러스, 1995년작 “아웃브레이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주인공이다. 세균, 즉 박테리아에서 공포의 대상이 바이러스로 옮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박테리아보다 바이러스가 더 무시무시한 것일까?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에 비해 덜 진화한 것이다. 박테리아는 핵과 세포질이 있고 스스로 번식이 가능한 생물체지만 바이러스는 생명체 밖에서는 혼자 존재할 수 없는 유전물질 덩어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더 큰 이유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50여년에 불과해 아직 인류가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정보가 적기 때문이다. AIDS가 처음 발견됐을 때 전 세계가 엄청난 공포를 느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것처럼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바이러스 특성을 더 많이 알게 되면 바이러스 또한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니라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구성물질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필자소개 :
이은정기자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1995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건강과학팀 등에서 일했으며 2007년부터 KBS 과학전문기자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