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천재 유전자: 유전자 기술이 식품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 지에 대하여
- 2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3[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4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5[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6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7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8[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9"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10[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족발과 보신탕
안영인 SBS 보도국 사회1부 차장
youngin@sbs.co.kr
며칠 전 친구들과 술 한 잔 했다. 한 친구가 족발에 소주 한잔하자는 말에 4명이 번개를 한 것이다. 야들야들한 속살에 쫄깃쫄깃한 껍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족발 한 점을 새우젓갈에 찍어 깻잎에 올리고 마늘과 장을 더해 입 안으로 쏙 밀어 넣는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고 쓴 소주가 절로 넘어간다. 그런데 한 친구는 소주만 넘길 뿐 젓가락을 들지도 않고 있다. 대신 안주로 라면을 주문했다. 족발에 웬 라면? 이 친구는 지금까지 족발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족발에 무슨 억한 심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된통 당한 일도 없는데 그냥 안 먹는 것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나는 개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같이 놀고 말동무도 하고 부모님 몰래 방에 들여 놓기도 하고 같이 잠도 자기도 하고. 그런데 여름만 되면 우리 집에서는 보신탕 파티가 열린다. 지금은 환갑을 넘긴 매형들이 집에 오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늘 닭을 잡았다. 여름이면 사위들 다 불러 놓고 개를 잡았다. 개 패듯 패는 전통 방식 그대로. 물론 나하고 매일 같이 살 던 그 개다. 그 보신탕을 먹을 수 있겠는가? 보신탕은 냄새도 맡기 싫었다. 난 서른 살 정도가 될 때까지 20년 정도 보신탕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30대부터는 그 애틋했던 강아지와의 관계는 사라지고 보신탕이 음식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기회가 있을 때면 기꺼이 보신탕을 즐긴다.
생명공학작물(GMO)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친환경 작물일 뿐 아니라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먹거리 문화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서는 식품 안전성과 환경에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금부터 수 백 만 년 전이다. 인류가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먹거리는 지구상에 존재해 왔다. 인류가 진화를 거듭 했듯이 먹거리 작물 역시 진화를 거듭해 왔다. 초기 인류 탄생 당시 있던 먹거리 작물과 지금의 먹거리 작물 가운데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 과연 존재할까? 수 백 만 년 동안 인류는 끊임없이 유전자가 재조합된 먹거리를 먹고 종족을 보존해 왔다. 물론 이때 유전자 재조합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재조합(man made)을 시킨 것이라기보다는 자연이 재조합(nature made)을 시킨 것이다. 단순하게 물어보자. 자연이 변형을 시킨 것은 선(善)이고 사람이 변형을 시킨 것은 악(惡)이라는 말인가? 자연이 변형시키는 것에는 실수가 없지만 인간이 변형시키는 것에는 실수가 있단 말인가?
자연이 변형을 시켰다 할지라도 인간이 자연의 변화에 맞게 진화화지 못했다면 자연이 변형시킨 것 또한 언제든지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항상 인류와 자연의 진화 방향과 속도가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생명공학작물이 단기적으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100% 절대 안전하고 친 환경적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아직 문제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생명공학작물을 재배한지 10년이 좀 지났지만 아직 모르거나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이 알고 있는 현대 과학의 틀 안에서는 생명공학작물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먹거리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일종의 문화다. 과학이 아무리 증명을 한다 하더라도 생명공학작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하루아침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생명공학작물이 안전하고 친 환경적이라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먹거리로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완전히 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화는 서서히 아주 서서히 진화를 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보신탕을 먹기까지 20년이 걸린 것처럼 말이다. 물론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친구가 40중반이 되도록 족발을 먹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내 옆에는 강아지가 잠을 자고 있다. 나를 믿고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강아지 다리를 만지면서 말한다. 난 보신탕 참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