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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생명공학작물), 멜라민,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문병주 중앙일보 경제부문 기자
byungjoo@joongang.co.kr
다섯 살 딸과 아홉 달 된 아들을 키우는 한 엄마에게 물어봤다. ‘멜라민 들어있는 식품 살래요?’‘미국산 쇠고기 먹을래요?’‘GMO식품 쓸래요?’
첫째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절대 안 사겠다는 것. 둘째와 셋째 질문에는 망설였다. 엄마는 답했다. “애들도 먹는 음식인데 찜찜하잖아요.”
이 말이 낮설지 않았다. 올 봄부터 유행처럼 식음료 업계에서 내놓은 ‘GMO Free 선언’ 때문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앞세운 한 식품업체에서는 대대적인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이 회사 사장에게 물었다. “GMO제품이 인체에 해롭다는 결론이 나지도 않았는데 굳이 Free선언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사장은 말했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너무 거셉니다. 신뢰를 강조하는 회사가 왜 빨리 GMO Free선언을 하지 않느냐는 글이 소비자 게시판에 수 백 건이나 올라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이 사장은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신도 곁들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보세요. 저 역시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먹고 있고, GMO식품 역시 마찬가지죠.”
비슷한 시기에 Non-GMO원료를 쓰겠다고 발표한 분유업체 관계자도 같은 말을 했다. 이들 회사는 Non-GMO원료를 사용하기 위해 연간 최대 50억원 정도를 더 써야한다고 봤다. 한국식품공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식품업계 전체가 이런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200억원 넘는 비용을 들여야한다. 업체들은 비용 부담을 기업에서 떠 안겠다고 했지만 원화가치하락을 등에 업고 물가가 변했다. 장기적으로는 장바구니 물가가 3.6%오른다는 게 한국식품공업협회의 분석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과연 업체들이 자신하듯 GMO-Free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느냐다. 식품연구기관에 있는 농학박사 한 분의 설명은 이런 의구심을 더 증폭시켰다. 우리가 먹는 치즈가 GMO효소를 사용하지 않고는 사실상 대량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유업체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GMO-Free선언을 했다. 심하게 말하자면 소비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 셈이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이 업체들의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다른 기업들에게도 압력을 행사했다.
GMO-Free선언은 경쟁이 치열한 식음료업계로선 아주 매력적인 마케팅 전략일 수 있다. 마침 미국산쇠고기 사태가 터졌고, 멜라민 공포까지 더해졌으니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커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의 영업전략을 탓할 수만은 없겠지만 ‘찜찜함’을 버릴 수 없다. 선진국에서도 수십년동안 GMO의 유해성을 입증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음에도 소비자들의 ‘찜찜함’에 호소하는 형국이다. GMO-Free선언은 GMO식품이 해롭다는 인식을 확신시키는 역할을 해 버렸다. ‘소비자의 선택’을 앞세웠다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과 과장된 위해성 인식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파이넨셜 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은 GMO 없이는 25억 명이 굶주리고, 환경오염이 심화될 것이라는 기획을 내 보낸적이 있다. 외국에선 업체들 간 위해성에 대한 공방도 자유롭게 주고 받는다. 국내 학회나 업체들, 언론 역시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말 뒤에 숨지 말고 합리적인 토론의 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기자도 주말 먹을거리를 살 때 두 아이를 키우는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