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2[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3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4[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5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6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7[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8"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9[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10[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생명공학작물, 농장에서 말하다
서울신문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올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출장을 다녀왔다. 10여차례가 넘게 미국을 다녀왔지만 시카고는 처음이었다. 뮤지컬 시카고를 떠올리며 음침한 도시를 생각했던 나에게 시카고의 하늘은 푸르고 또 높았다. 한편으로는 대도시 시카고의 조그만 다운타운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다.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환경운동가들이나 일반인들과 얘기할 때 그들이 갖고 있는 “생명공학작물은 위험하다”는 막연한 인식에 무작정 “과학적으로 안전이 입증돼 있다”는 대답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오랫동안 느껴왔다. 시카고를 처음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것 역시 생명공학작물(GMO)을 좀 더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취지 때문이었다.
나는 과학자를 찾아 실험방법을 듣는 대신, 생명공학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을 찾아 농부를 만나보기로 했다. 미국의 곡창으로 오랫동안 군림해 온 일리노이의 농부들이 생명공학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면 뼛속까지 농부인 그들이 생명공학작물을 선택한 배경이 궁금했다.
시카고에서 세인트루이스 방향으로 두 시간쯤 달린 후 한 농장에 들어섰다. 옥수수와 대두를 재배하는 농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방문시기를 잘못 잡은 탓인지 옥수수 밭에는 새싹이 머리를 내밀고 있을 뿐이었다.
농장주 칼 매퀸은 3대에 걸쳐 농사를 지어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생명공학작물 재배를 결심한 것은 농지의 황폐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용해온 화학비료와 농약 때문에 지력이 약해진 것이다. 단 매퀸은 여러 경로를 통해 생명공학작물의 안정성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거듭했다. 그는 이 과정은 ‘농사꾼의 자존심’이라고 표현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는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이 2년 전보다 30% 이상 줄어든 반면 수확량은 25%가량 늘었다”면서 “무엇보다 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동안 세 군데의 농장을 찾았다. 모두들 생명공학작물에 대해 “안전한 수단으로 안정적으로 증산을 일굴 수 있는 만큼 생명공학작물은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입을 보았다. 한 농부는 자신의 대형 농기계에 기자를 태우고 밭을 갈면서 “농업을 전공하는 내 아들이 언젠가 생명공학작물 기업에 들어가 농부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카고에서 올라온지 5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지금까지도 생명공학작물의 안정성과 위험성, 가능성에 대해 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공학작물의 위험성은 생물학 테러용 사용, 윤리를 넘어선 욕심 등 극한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에나 검토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생명공학작물의 위험성이 과장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명공학작물 얘기를 떠올릴 때마다 “생명공학작물은 진짜 안전한 것이냐?”고 묻는 나에게 매퀸이 웃으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우리 가족도 아무 거리낌없이 먹는다. 우리는 장사꾼이 아니라 농사꾼이기에 땅과 사람에게 가장 이로운 것만을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