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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과 생명공학식품
뉴스메이커 최영진 기자
kmopen92@chol.com
조류독감,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람들은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을 많이 찾고 있다. 유기농은 환경보존 역할도 하고, 거리의 안전성도 담보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다만 유기농법으로 방제할 수 없는 해충과 질병이 존재하고, 생산가와 구입가가 비싸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래서 생겨난 것인 생명공학식품이다. 흔히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조작 ->유전자재조합생물체) 식품이라고 말한다. 생명공학은 품종개량 및 유전자공학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GMO 농작물의 역사는 10년이 조금 넘었다. 1994년 미국 칼진사에서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미국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얻어 시판한 것이 최초다. 그 후 몬산토사가 1996년부터 유전자재조합 콩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GMO 농작물의 천국으로 불리면서 콩과 옥수수 등을 재배 시판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생명공학식품을 두려워한다. 지난 2월 한국전분당협회와 몇몇 기업에서 GMO 옥수수를 수입한다고 했을 때, 많은 비판이 일었던 것이 그 예다. 또한 환경론자와 생명공학자 사이에서는 생명공학식품에 대한 찬반양론이 극렬하게 나눠지고 있다. 그만큼 유기농과 생명공학식품을 바라보는 것은 철학과 문화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생명공학식품 개발에 종사하는 과학자는 ▲식량문제 해결 ▲식품 영양 개선 ▲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론자는 생명공학식품에 대해 ▲생태학적 위험 ▲기아 문제는 식량부족이 원인이 아니라 분배 구조의 문제 ▲과학적․윤리적 검증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유기농과 생명공학식품의 어울리지 않는 결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유기농과 생명공학식품의 공존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PG이코노믹스의 그라함 브룩소 소장은 “2005년 생명공학작물 재배를 통해 증가한 농업소득 중 가장 큰 부분은 개발도상국의 농민에게 돌아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뉴욕 이타카에 있는 코넬 대학의 국제 겸임교수인 크레이그 마이즈너 역시 “유감스럽게도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유기물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면서 “유기농이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밝힌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인 Pamela Ronald 교수는 지난 3월 16일 보스턴 글로브지에 ‘The new organic’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1997년 초 중국 북부 면화 농장에 불었던 변화의 바람을 예로 들고 있다. 새로운 농업기술을 채택해 훨씬 적은 양의 살충제를 사용해 면화 수확량은 증가했고 생산 비용은 감소했고, 또한 살충제와 관련한 농민의 질병이 이전 해의 1/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한다. Ronald 교수는 “이 이야기는 유기농 옹호자들이 원한 농약에 대한 승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면서 “환경에 심각한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세계 인구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생명공학기술과 유기농을 결합한 새로운 방법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생명공학기술은 생태적 농업혁명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지속적인 운동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는 수단이다”라고 말한다. Ronald 교수가 이런 주장을 펴는 데는 2050년 92억의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현재의 작물 수확량과 농경법으로는 불가능하고, 미개간지의 대부분을 개간하고 농약을 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수백만의 조류와 수십억의 유익충은 서식지를 잃고 농약으로 폐사할 것이면, 농장 작업자들의 질병 위험은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환경 파괴로 인해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생명공학기술이 환경보호와 식량 생산을 증대하는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생명공학기술과 유기농의 결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두 진영의 골은 깊기만 하다. 또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공학식품에 대한 선입견 역시 높다. 하지만 유기농만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인구를 먹여살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울리기 힘들 것 같은 유기농과 생명공학식품의 결합이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 좋은 해결책은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