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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식량, 에너지, 환경 문제
연합뉴스 사회부 이주영 기자
yung23@yna.co.kr
식량문제, 에너지문제, 환경문제. 현재 인류가 직면해 있고, 인류의 미래 운명까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류 공동의 과제들이다.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요즘 상황을 보면 이 세 가지 문제가 서로 얽히고설켜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할지, 진짜 해법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까?
국제 곡물시장에서는 옥수수와 콩에 이어 쌀까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곡물대란과 식량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석유시장에서는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을 경고하고 각국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곡물 가격이 폭등하는 데에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면서 그 대안으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 각광받기 시작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바이오에탄올의 주원료인 옥수수의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뒤이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유가 폭등은 곡물 가격 상승에 말 그대로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환경과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으로 떠오르던 바이오연료가 졸지에 식량위기라는 무서운 재앙의 불씨가 된 것이다.
물론 바이오연료가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최선의 해결책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환경 측면의 효과도 기대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많은 학자들이 바이오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화석연료보다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미국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늘리면서 곡물 수요가 증가했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남미의 경작지가 확대되면서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빠르게 파괴돼가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연료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은 유가 폭등으로 인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먹을 것을 놓고 인간과 자동차가 경쟁하는 상황이 앞으로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바이오연료 생산이 증가하면 할수록 인류의 식량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저개발국가의 빈민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바이오연료의 생산을 포기하거나 줄일 것 같지도 않다.
인류가 1차 녹색혁명을 통해 가까스로 식량부족에서 벗어난 것이 1960년대의 일이다. 지역편차로 아직까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가 적지 않은 상태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류는 다시 커다란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식량과 에너지, 환경의 실타래를 풀어줄 해법은 무엇일까? 물론 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줄 묘안은 없다. 하지만 곡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얽힌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현재 찬반이 극명하게 갈려 있는 생명공학작물에 대해 다시 심도 있게 논의를 시작해야할 이유다.
인류의 곡물 생산 능력은 바이오연료에 식량을 빼앗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65억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는 이미 너무나 버거운 상태다. 더욱이 식량 생산을 더욱 늘려나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인류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생명공학작물을 인류 전체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면서 혜택을 모든 인류가 골고루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를 모은다면 생명공학작물을 1960년대의 인류를 기아에서 구해준 제1차 녹색혁명처럼 21세기 식량과 에너지 문제로부터 인류를 구해줄 제2차 녹색혁명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