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천재 유전자: 유전자 기술이 식품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 지에 대하여
- 2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3[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4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5[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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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10[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최양도 교수의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에 부쳐
서울경제신문 경제부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
지난 4월 이메일을 통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보도자료 한 편이 도착했다.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 4명을 선정,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원을 수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보도자료를 찬찬히 훑어 내려가면서 순간 멈칫했다. 4명의 수상자 중 낯익은 이름이 발견됐던 것. 바로 최양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 교수의 수상은 기자 개인에게는 매우 의외의 결과였다. 일단 교과부의 수상배경은 이러했다. “최 교수가 ‘유전자 이식을 통한 초다수 확성 생명공학 벼’를 개발해 독일 기업에 기술을 수출했고 가뭄이나 저온 등 환경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슈퍼 벼를 공동 개발해 인도에 기술을 이전했다”고.
사실 최 교수는 뛰어난 연구개발 성과에도 불구하고 늘 ‘유전자변형 과학자’라는 과학계, 정부 일각의 편견 때문에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소위 ‘은둔의 과학자’였다. 하물며 지난해 여름 기자가 수 천억 원대의 경제적 이익이 기대되는 최 교수의 독일 기업 기술이전 소식을 최초로 단독보도 했을 때도 유전자변형 연구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시장과 일반인의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단적으로 “모 차관께서 ‘무슨 유전자변형 연규에 나랏돈을 쓰느냐’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한 때 관련 연구비까지 깎았다”는 한 정부 관계자의 전언은 한국에서 생명공학작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물질적, 정신적 처우가 어떤 수준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지만 지난 수 십년 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최 교수의 수상 소식은 분명 생명공학작물 연구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물증’이었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은 국내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일인데 이번 수상이 그런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최 교수의 당시 수상 소감에는 ‘회환’과 ‘기대’가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고 있다.
시선을 과학계에서 돌려 시장(market)을 바라보자. 근대경제학의 창시자 애덤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설파한 시장에 대한 믿음인 ‘보이지 않는 손’을 생명공학작물 시장에서 찾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과학계 내부의 편견에서 주지하듯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수요 부문의 ‘두려움’이 그 이유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뛰어 다니는 기자에게도 생명공학작물 관련 기사는 늘 ‘매 맞을 준비’를 하고 펜을 들어야 하는 난제 중의 난제다.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을 끌어 올리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시대가 도래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 한쪽에서는 ‘슈퍼벼’의 출현을 기대하며 국가 최고 영예의 과학상을 수여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GM작물 수입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펼쳐지고 있다.
짧막한 기자칼럼 한 페이지로 이 같은 모순의 화두에 명쾌한 답을 내리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공정보도의 윤리의식을 숙명처럼 되새겨야 하는 언론계 종사자로서 한 가지 문제점만은 분명히 지적할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생명공학작물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에 매스미디어의 ‘위협적 소구(threat appeal)’가 과도하게 개입돼 있지는 않느냐는 우려다.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미착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끔찍한 사고현장의 이미지 위주로만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수용자들은 ‘최적의 선택’을 놓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생명공학작물과 관련 닐 파리시 유럽연합(EU) 농업위원회 위원장의 말은 둔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사람들이 현실적이 되고 있다. 그들의 마음은 좌파 쪽이지만 호주머니는 우파쪽에 있다”고.
마지막으로 지면을 빌어 최양도 교수의 ‘뜻 깊은’ 수상에 다시 한 번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