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2[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3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4[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5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6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7[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8"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9[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10[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프로 초이스(Pro-Choice)'
이동훈 주간조선 기자
flatron2@chosun.com
지난 3월 4일 한국을 찾은 클라이브 제임스(Clive James) 박사가 생명공학작물(Biotech Crops) 실용화 15주년 국제현황보고회에서 수차례 강조한 단어다. '프로 초이스'란 단어는 본래 여성의 임신중절 선택권을 합법화하자는 여권(女權)운동에서 나온 말이다. 임신중절을 선택할 수 있는 일종의 정치적 권리를 직접 당사자인 여성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클라이브 제임스 박사가 언급한 '프로 초이스’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임스 박사는 "생명공학작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농부들에게 돌려주자"고 역설했다. 생명공학작물의 종자를 심고, 기를 수 있는 선택권을 농부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제임스 박사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은행의 자문을 맡은 바 있는 생명공학계의 권위자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가격 상승이 가파르다. 밀과 옥수수 같은 주곡은 물론 돼지나 소, 닭 같은 육류도 말할 것이 없다. 지난 3월 11일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福島)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서, 일본 연근해산 물고기 등 일부 식자재는 이미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커진 셈이다.
생명공학작물은 애그플레이션 시대를 넘어설 유력한 대안 중 하나다. 생명공학작물은 과거 한때 유전자변형농산물(GMOㆍ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로 불린 작물이다. 유전자 조작기술을 적용해 가뭄과 홍수, 병충해에 잘 견디는 작물을 만들어 보자는 목적에서 나온 작물이다. 최근에는GMO 에 대한 부정적 어감을 줄이기 위해 생명공학작물로 이름을 바꾸는 추세다.
생명공학작물의 또 다른 목적은 농민들의 소득수준을 개선하는 것이다. '천수답(天水畓)'이란 말이 있다. 천수답은 관개(灌漑)시설 없이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을 일컫는다. 천수답을 가진 농민들은 가뭄에 마른 하늘만 목이 빠져라 쳐다보기 일쑤다. 과거 우리가 그랬고, 지금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수많은 개발도상국 농민들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개도국 농민들에게 가뭄과 홍수에 강하고 병충해에도 잘 버티는 생명공학작물은 하나의 출로(出路)가 될 수 있다. 작물생산의 예측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작물 생산이 예측 가능해지면, 농산물 수급상황에 따른 급격한 가격변동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대개 소득수준이 떨어지는 농민들이 보다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생명공학작물의 안전성에 관한 우려는 여전히 계속된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생명공학작물을 구미(歐美)의 다국적 농업기업들이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하려는 무기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 같은 인식에 부딪혀 생명공학작물에 관련한 초보적 논의조차 한국을 비롯 몇몇 국가에서는 15년째 제자리 걸음을 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생명공학작물을 심고 재배할 농민들이 정작 이와 관련한 논의의 장(場)에서 배제된 현실이다. 지난 3월 4일 서울에서 열린 생명공학작물 실용화 15주년 국제현황 보고회장에서도 땡볕에 피부가 검게 그을린 농민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농업기업과 환경단체가 싸우는 와중에도 정작 생명공학작물을 재배할 당사자인 농부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농민들이 생명공학작물을 '프로 초이스'하기 위해서는 우선 농민들에게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생명공학작물을 재배할 당사자인 농민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는 생명공학작물 도입과 재배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환경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농민들이 빠진 자리에서 울려 퍼진 제임스 박사의 '프로 초이스' 주장이 한편으로 못내 아쉬웠던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