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2[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3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4[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5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6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7[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8"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9[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10[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GMO, 문제는 과학이 아니다
정진욱 전자신문 기자
coolj@etnews.co.kr
기자에게 값비싼 유기농 채소는 ‘그림의 떡’이다. 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망설여지는 데 하물며 유기농이라니. 그런데 올해 1월 사내아이를 출산한 내 누이는 확실히 달랐다. 대형할인점에서 눈에 불을 켜고 유기농을 원료로 하지 않은 제품보다 몇 배는 비싼 유기농 이유식만을 신중하게 고른다. 남편의 밥상에는 김치와 밥만 올리지만 자식 입에는 유기농만 먹이고 싶은 게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누이를 안타깝게 할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지난 11월 미국화학학회(ACS)의 학술지인 농업-식품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따르면 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재배한 농산물이 오히려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보다 건강에 이로운 항산성분 등 관련 물질을 보다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 아직 유기농 식품의 이로움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소비자가 유해성을 의심하면서 먹는 생명공학작물(GMO)은 재배가 본격화된 지 16년이 지났음에도 발생한 안전성 사고가 없다. 과학계에선 이미 GMO가 안전하다는 결론에 잠정 동의하고 있다. GMO는 모르는 사이에 이미 한국인의 밥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수입한 옥수수 158만t 가운데 생명공학옥수수는 79만t을 차지했다. 불과 3년 전인 2007년 수입량이 100t 이었던 것에 비해 폭증한 것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한우의 대부분은 생명공학옥수수를 먹고 자란다. 빵, 과자 등 가공식품의 상당수가 생명공학 농작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수년 내 생명공학작물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가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유기농 식품에는 군말 없이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도 과학적으로 안전한 GMO에는 의혹을 거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GMO는 그 순수성을 의심받는다. 이 논란에는 미국과 EU로 대변되는 GMO 찬반 진영 간의 이권이 개입됐다. 미국은 GMO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며 제한된 경작지 안에서 필연적으로 기아에 허덕이게 될 인류를 구원할 대안으로 꼽는다. 유럽연합(EU)은 GMO가 환경오염의 주범인 동시에 심지어 시체를 연상케 하는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EU가 자국 농민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이 같이 주장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과학적 태도’이다.
과학적 팩트는 또 다른 팩트로 부정당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해외 석학들이 GMO가 안전하다며 과학을 외치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GMO의 안정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소통’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이 같은 소통의 장이 열린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소통의 폭은 여전히 협소하다. 이제는 GMO에 대한 소통의 장에 전문가뿐 아니라 얇아지는 지갑에 한숨 쉬면서도 유기농 야채를 집어 드는 당신의 어머니•아버지 그리고 미래에 어머니•아버지가 될 당신의 아이들도 참여시켜야 한다. GMO의 미래는 과학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