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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도롱뇽과 생명공학작물
중앙일보 경제부문 기자 심재우
jwshim@joongang.co.kr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원하는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지 좋아하는 검색엔진을 작동해 필요한 정보를 가져다 쓴다. 문제는 워낙 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니 어떤 것이 믿을만한 정보인지 가리지 않고 입맛에 맞는 정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타블로 사건을 보면서 인터넷 사용자를 비롯한 현대인들의 편협적인 정보취득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귀에 거슬리는 진부한 진실보다는 재미있고, 쇼킹한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중앙선데이 10월17일자에 실린 기사에서도 반추할 수 있었다. 경남 양산에 있는 천성산 르포기사였다. 200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천성산 도롱뇽 사태의 진앙지다. 당시 내원사 지율 스님은 천성산 터널은 환경을 파괴한다며 2003년부터 2005년까지 4차례에 걸쳐 241일의 단식농성을 벌였고, 환경단체 등이 도롱뇽을 원고로 하는 소송을 벌이면서 터널공사가 세 차례 중단됐다. 그러나 본지의 후배 기자와 충북대 교수가 11월1일 터널 개통을 앞둔 천성산 일대를 7년 만에 둘러본 결과 터널이 뚫리면 금방 씨가 마를 것이라던 도롱뇽은 지천에 널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03년에도 일반 대중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도롱뇽이 곧 사라질 것이라며 생명을 담보로 단식에 들어간 지율 스님의 판단을 진실에 가깝게 봤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스님이 ‘도롱뇽이 사라진다’고 얘기하는 게 정부와 건설업자의 해명보다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한편으로 생명공학작물을 떠올렸다. 유전자를 재조합한 작물이 과연 인체에 해를 입힐 것인가, 아니면 아무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것인가라는 논란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종자회사들이 “절반이 넘는 세계 인구가 생명공학작물을 소비했지만 아직까지 심각한 식품 알레르기나 독성 등 문제가 생간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인체에 해를 입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더 솔깃하기 때문이다. 이때 과학적 근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또 시민단체들은 생명공학작물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많지 않은 대안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가 비타민 함량이 높게 변형된 ‘황금쌀’처럼 가난한 국가의 기아 극복에 사용되는 생명공학작물이라면 인류복지를 위해 반대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도 국내 시민단체는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듯 하다.
천성산 도롱뇽의 경우처럼 시민단체들이 그저 개연성에서 출발한 ‘그러려니’ 논리를 펼 때 생명공학작물과 관련된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를 꼼꼼하게 기록한 뒤 반증하는 과학적 증거가 나올 때 마다 반박하는 서비스를 제안한다.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나도 과거의 주장을 잊지 않고 이 같은 서비스가 계속된다면 대중의 신뢰는 계속 쌓이고 시민단체는 섣부른 주장을 삼가할 것이다. 도롱뇽의 경우 언론이 이 같은 일을 도맡았지만, 생명공학작물의 경우 언론의 힘 만으론 전문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물론 지금처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하나하나의 의문이 차례대로 풀리면 긴가민가하던 시민들도 생명공학작물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수고를 덜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