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2[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3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4[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5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6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7[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8"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9[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10[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8살 꼬마의 꿈과 GMO
동아사이언스 기자 변태섭
xrockism@donga.com
“1 달러만 주세요.”
검은 피부에 유난히 큰 눈을 가졌던 8살의 꼬마는 두 손을 수줍게 내밀며 내게 말했다. 지난 9월 취재차 찾은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였다. 수학을 좋아한다던 꼬마는 아침을 굶었다고 했다. 고사리 같은 손에 1달러를 쥐어주자 꼬마는 밝게 웃으며 가게로 뛰었다. 높게 솟은 빌딩과 화려하게 차려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들의 모습은 간간히 눈에 띄었다.
굶주림은 꼬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고 있다.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놓인 사람은 약 8억5000만 명.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른다. 지구온난화는 이런 상황을 더욱 어둡게 한다. 기온이 오르면 작물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전에 없던 병충해까지 생겨 수확량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FAO는 최근 2015년까지 전 세계 기아 인구를 10% 줄이기로 한 ‘밀레니엄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발표했다.
기아문제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어떤 위대한 정치가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재조합농산물(GMO)이 속속 개발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GMO는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합해 해당 특성을 갖게 만든 농산물을 말한다. 가령 고온저항성 유전자를 넣은 벼는 기후변화에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를 주입한 감자는 병에 잘 걸리지 않아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GMO를 통한 제2의 녹색혁명이다.
부푼 기대와 달리 GMO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정성센터가 지난해 국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GMO가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GMO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도 49%에 이르렀다. 몸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한 GMO를 두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 역설(逆說)은 GMO의 녹색혁명을 가로막는다.
이러한 논란에도 GMO 재배면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 민간 비영리단체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는 지난해 2월 GMO 작물의 총 재배면적은 1억2500만ha로 전년보다 9.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덩달아 GMO 생산량도 증가 추세다.
GMO가 식량위기를 해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안전성이 보다 확실히 검증될 때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GMO의 장점만큼이나 단점 역시 ‘아직까지는’ 무시 못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꼬마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요”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꼬마가 농사를 지을 때쯤이면 GMO를 걱정 없이 기를 수 있을까. 그가 수확한 곡물이 다른 이의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