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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는 물이 아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유병선
ybs@kyunghyang.com
과학자들은 물이 절연체라고도 하고, 전도체라고도 한다. 달리 말하면 절연체로서든, 전도체로서든 모두 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물과 전기의 모순이 과학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아무런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명쾌하다. 수소 분자 2개와 산소 분자 1개가 결합한 물(H2O)은 전류가 흐르지 못한다. 중학생도 과학시간에 졸지만 않으면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증류수와 같은 절연체로서의 순수한 물은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마시고 씻고 하는 자연계의 물은 전류를 흐르게 하는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어 전도체로 보는 게 과학적이다. 그래서 물은 절연체이지만 전도체라는 말이 하등 헷갈림 없이 받아들여진다. 과학에서 물성을 따질 때의 물은 절연체이고, 일상에서 전기를 다루면서 감전 사고를 조심해야 할 때의 물은 전도체라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이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은 물과 다르다. 어떤 과학자들은 안전하다고 하고, 어떤 과학자들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은 어느 쪽 말이 맞는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GMO의 안전성을 둘러싼 과학 논쟁이 전문적이고 복잡하다. 하지만 두 편으로 갈린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안전성을 지지하는 측은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고 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쪽은 안전하다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며 반박하는 것이다. 서로 그렇지 않음을 입증하라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GMO 안전성 논란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났다. 과학자들은 현대 과학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믿는 경향을 보인다. 과학적 진위 공방은 신념이나 윤리, 가치관의 충돌로 전선이 옮겨진 셈이다. 절연체를 말할 때나 전도체를 가리킬 때나 ‘물’이라고 하지만, 전 세계 콩의 80% 가까이가 GMO인데도 그냥 ‘콩’과 ‘GMO콩’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그 방증이다.
과학에서 신념의 문제로 바뀐 상황에서 진짜 쟁점은 GMO 먹을거리가 우리의 삶 속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안전성이란 단일 잣대로만 측량할 수 없는 복잡다기한 논쟁을 낳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단위 단일경작의 확산이 지속가능한 농법인가, GMO가 종자와 농업의 대외 종속을 심화하는 건 아닌가, 분배의 왜곡을 바로잡지 않은 채 GMO로 식량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가 등등의 해묵은 환경적•사회적•국제정치적 논쟁이 GMO 식품의 조용한 확산과 더불어 새삼스럽게 불붙고 있다. 과학은 불확실성에 빠졌고, 우리의 식탁에는 이처럼 시끌시끌한 논쟁거리들이 매 끼마다 올라오고 있는 셈이다. 입맛 떨어지지만 회피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가치관의 문제라면 어떤 논쟁이든 사회적으로 활발해질수록 GMO가 물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