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2[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3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4[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5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6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7[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8"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9[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10[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병명(病名)도 작명이 잘 돼야 국민들에게 지나친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 기자
tkpark@joongang.co.kr
병명(病名)도 작명이 잘 돼야 국민들에게 지나친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다.
개가 걸리면 광견병이지만 사람이 감염되면 공수병(恐水病)이라고 칭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광우병을 BSE(소 해면상 뇌증), 인간 광우병을 vCJD(변형 크로이츠펠트 야곱 증후군)라고 병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많다. 2003년 중국ㆍ동남아시아에서 ‘괴질’이 발생했을 때 방역당국은 서둘러 병명을 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로 통일했다. “국민의 지나친 공포심은 사회 혼란을 일으킬 뿐 방역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에서였다.
축산업자들은 조류 독감이란 가축 병명에 거부 반응을 보인다. 병명이 국민들에게 지나친 불안감ㆍ공포심을 야기해 축산업을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받는 느낌과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GMO를 놓고도 GMO에 반대 입장인 소비자 단체는 유전자조작식품, 농림수산식품부는 유전자변형식품,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전자재조합식품이라고 달리 표현한다. 국문 번역 자체가 각자의 의도와 시각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식경제부는 GMO 대신 LMO(유전자변형 생물체)라고 표기해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우리 국민이 모두 생물학 전공자가 아니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래서 기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GMO의 우리말 통일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용어를 하나로 정리해 국민들을 괜히 헷갈리게 할 이유가 없다는 데 대해선 정부ㆍ연구기관ㆍ시민단체ㆍ언론이 대부분 동의했다. 그러나 총대를 메는 사람은 없어 일이 진척되지 않고 공허한 논의로 그치고 있다. GMO를 식품위생법ㆍ식품안전기본법에선 유전자재조합, 농산물품질관리법ㆍ수산물품질관리법에선 유전자 변형이라고 달리 표현하는 등 명백한 법적 하자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GMO를 내각부ㆍ농림수산성ㆍ후생노동성 모두 ‘유전자재조환’(再組換)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조환은 우리말의 조합(組合)에 해당하며 ‘다시 짜다’ㆍ‘재편성하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와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GMO 등 용어 통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기혜 박사가 초안을 내놓았다.
정박사는 보고서에서 “GMO를 유전자재조합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전자 변형’은 유전자재조합 기술 외에 세포 융합ㆍ조직배양ㆍ생체반응 등의 기술을 모두 포함해 너무 광의적이라는 것이다. 또 어감상 ‘변형’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우리말에서 ‘변형’보다 더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조작’(操作)은 일단 배제시켰다.
정박사의 보고서는 일단 논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왕 바꿀 거라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OK’하는 용어로 낙점할 필요가 있다. 식품과학회 춘계 학술대회 등에서 이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공론화해 보면 어떨까? 최적의 용어를 찾는 데 설문조사 등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ㆍ환경 단체를 적극 참여시키고 언어학자ㆍ법학자 등의 조력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독일의 가곡 ‘송어’를 초기 번역가가 숭어로 오역한 뒤 이를 수십 년째 계속 사용하듯이 우리는 오류를 고치는데 너무 무심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