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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종의 세계
박방주 중앙일보 과학전문 기자
bpark@joongang.co.kr
육종의 세계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일본 산토리사가 2004년 유전자재조합 방법으로 ‘파란 장미’를 개발한 것이나, 국내에서 배아가 보통의 벼보다 두 배 정도 더 큰 거대배아미를 개발한 것 등을 보면 육종이야 말로 신의 손을 대신하는 작업으로 비춰진다. 파란 장미(blue rose)는 그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품종으로 꽃말 마저 ‘있을 수 없는 일•불가능한 것’으로 붙여졌던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냈다. 신의 영역처럼 느껴졌던 새로운 식물의 탄생이 인류의 손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육종은 전통육종, 유전자재조합, 방사선 육종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통육종의 기본은 식물의 경우 암수간의 교배(수분)를 통해 이뤄진다. 좋은 품종끼리 교배해 우량 품종이 나오게 하는 방법으로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1970년 대 다수확 품종으로 유명한 통일벼도 이렇게 개발되었고 2007년 경상대 연구팀이 개발한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콩’도 그렇다. 일반 콩에는 날것으로 먹을 때 소화를 방해하는 물질이 있고, 비린내가 나는 것이 특징이 있는데, 소화 방해 효소가 없고, 비린내도 나지 않는 신품종을 일반 교배 방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유전자재조합 방법은 최근에 개발된 것 이지만 최근 육종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맞춤형 신품종 개발이 가능한데도 세월도 짧게 걸린다. 이를 테면 비가 잘 오지 않고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벼,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지 않는 고추,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 등도 이렇게 개발됐다. 유전자재조합은 DNA가 동식물 등 생명의 종의 장벽을 넘나 드는 특징을 십분 활용한다 하겠다. 즉, 바이러스에서 뽑은 유전자를 담뱃잎에 넣어 거기서 백신 성분이 생산되도록 한다든가, 해파리에서 초록형광단백질을 추출해 식물이나 동물의 유전자 조작여부를 확인하는 단백질로 사용하는 것도 그런 특징을 반영한다.
유전자재조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작물이나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 반응이 문제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점차 인식의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유전공학 회사들은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와 함께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에도 배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사선을 쪼여 신품종을 만든 것은 80여 년 전에 알려진 기술이다. 씨앗이나 자라고 있는 식물 몸체에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만든 뒤 좋은 품종을 골라 내는 것이다. 방사선을 쪼인 식물에서는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원하는 품종을 콕 집어 개발하기는 쉽지 않지만 뜻하지 않는 품종이 나올 확률이 높은 장점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 방법으로 개발한 신품종이 3000여종에 이른다.
이들 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일은 아니다. 서로 장단점이 있고, 인류의 신품종 개발에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지원하거나 육성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장점을 십분 살려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추면 한국의 농업이나 생물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