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2[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3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4[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5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6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7[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8"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9[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10[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GMO와 고르디아스의 매듭, 위험커뮤니케이션
유용하 매일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jlyon@mk.co.kr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정복전쟁을 시작하면서 소아시아의 프리기아란 나라를 지나게 됐다. 성에는 밧줄로 묶어놓은 전차가 있었는데, 신탁에서 이 전차를 묶은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다스릴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신탁을 알고 있엇던 알렉산더는 매듭을 풀려고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풀리지 않자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리며 자신이 ‘아시아의 왕'임을 주장했다. 이렇듯 쉽게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고르디아스의 매듭(Gordian knot)'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과학기자들에게 GMO(생명공학작물)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이자 계륵같은 존재다. 증가하고 있는 생명공학작물 관련 연구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생명공학작물의 장점과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과 아직 검증이 돼 있지 않다는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기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유전공학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만큼 유전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생명공학작물의 안전성을 100% 확신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제법 중립적인 입장에서 쓴 생명공학작물 기사라도 데스크가 "생명공학작물은 위험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며 보도를 유보라도 할라치면 스스로 기사를 게이트 키핑해 관련 보도를 꺼리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우리사회가 생명공학작물에 대해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을 따른다고 지적한다.
위험의 사전적 의미는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로 불확실성이 핵심개념이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이다.
1969년 미국의 물리학자 C. 스타는 기술발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사회적 이득을 비교분석해 봤다. 그 결과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 위험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외부에서 주어진 위험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생각한다.
즉 성형수술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음식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는 훨씬 적더라도, 그 수천만 분의 1의 위험성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다. 이처럼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음식의 안전성은 확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중들은 음식물에 대한 위험을 확률이 아닌 불확실성, 재앙의 정도, 형평성, 통제 가능성, 후속 세대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식과 복잡한 과학적 설명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이 나서서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너희는 따라와야 한다고 주장해봐야 대중들은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지금까지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홍보점수는 ‘0'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생명공학작물이 정말 안전하다면 일부 시민단체들에서 ‘유전자조작식품'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용어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품은 훨씬 더 든다.
뜨게질을 예로 들어보자. 뜨게질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는 풀어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렇지만 뜨게질을 시작한지 한참이 지난 뒤 무늬를 잘못 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동안 시간과 비용은 허공에 떠버리고,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생명공학작물의 진실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생명공학작물은 위험해'라는 대중의 상식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려면 그럴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무조건 반박을 하거나 식량주권, 못 먹고 못 사는 사람들과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을 생명공학작물로 구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다.
새로운 기술로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은 해결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기술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낙관주의로는 절대 해결이 되지 않는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소비자들의 참여를 통한 신뢰의 구축과 관련 정보를 가감 없이 공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시민들이 위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