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미국 상원의회에서 강조된 'CRISPR 유전자 편집 작물'의 이점
- 2[관점] 가뭄과 세계 정세 불안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시기에 유전자 편집은 해충, 병원균 및 기상 악화를 방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3건강, 노동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GM 작물의 개방적 효과
- 4[시각] 유기농 식품 산업은 1800억 달러의 마케팅 사기입니다.
- 5농업의 근간, '종자산업' 경쟁력 키운다
- 6노벨상 수상자 37명과 연구진 1500여 명, EU에 유전자 편집 규제 완화 촉구
- 7[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굶주림 없는 세상’ 꿈꾼 현대 농업의 어머니
- 8"소비자 48.5% 생명공학작물 구매 의향…맛있고 싸다면" - 한국소비자연맹, 농업기술 발전 인식 설문조사
- 9[관점] '활동가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 30년간 전 세계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10[시론] 유전자교정작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GMO와 원전
세계일보 우상규기자
skwoo@segye.com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 수주 소식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원전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프랑스 등 원전 강국을 따돌리고 400억달러짜리 계약을 따냈다는 것에 다들 기뻐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원전 도입을 결심하고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0여년 만에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수출까지 하게 됐으니 분명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이었다.
여기서 잠깐. 시계를 과거로 되돌려보자. 우리 국민이 지금처럼 원전에 대해 늘 우호적이었을까. 아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와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보면서 '원전 강국도 사고가 나는데 우리나라가 안전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원전이 들어서면 마을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죽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원전 보유국이 된 이래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고, 이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무사고'를 앞세워 UAE에 이어 터키 원전 건설도 수주했고, 인도 원전 건설도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해 4000억달러를 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는 작년 우리나라의 수출액 3638억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히 하면, 원전은 '안전성' 논란을 겪었지만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과 '안전성'을 무기로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시선을 먹을거리로 돌려보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나라에 원전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게 있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이 그렇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생명공학작물이라 부르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침이 마르게 설명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프랑켄슈타인' 작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생태계 파괴 등 GMO가 불러올 수 있는 재앙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GMO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선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해 줄 유일한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물이 부족한 사막이나 추운 극지방에서도 잘 자라는 곡물이 개발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 농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지구촌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병해충에 강해 기존 품종보다 농약사용이 줄어 환경에 덜 해롭다는 것도 좋은 점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장점에도 GMO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안전성' 때문이다. 1994년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처음 상용화된 이후 지금까지 GMO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하지만 GMO가 앞으로도 영원히 100% 안전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오랜 세월을 거쳐 사람들이 먹어도 안전하다고 여기는 식품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똑같은 식품도 개인차에 따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 물도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로울 수 있다.
먹을거리 문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의 경우 2008년 재배된 콩 94%, 목화 95%, 옥수수 85%가 GMO 품종이다. 세계적으로도 콩의 70%, 목화의 46%, 옥수수의 24%는 GMO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가에서 GMO를 재배하지 않지만 가축 사료용 원료로 수입하는 옥수수는 전량 GMO다. GMO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GMO에 대해 공론화를 거쳐 분명한 입장을 정할 때가 된 것 같다. GMO 도입을 찬성하든, 거부하고 대안을 찾든 선택이 늦어지는 만큼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처럼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라는 대가가 따른다. 원전의 경우 우리나라는 사고 위험이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도입해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성장시켰다. 만약 도입을 거부했다면 지금처럼 신흥 원전 강국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올해는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와 관련된 속담 중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있다. 호랑이는 두려운 존재다. 외면하고 피해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이라면 다치지 않고도 잡을 수 있는 사냥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