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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장미와 프랑켄슈타인 식품
한국경제신문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파란 장미(blue rose)’는 영어사전에 ‘불가능한’ ‘있을 수 없는 것(일)’으로 나온다. 장미에는 원래 파란색소를 만드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품종을 개량하더라도 ‘파란 장미’는 생산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셈이다. 12세기부터 전 세계에서 갖가지 교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유럽에선 ‘불가능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파란 장미’는 꿈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과학자들에게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온 파란 장미 개발의 꿈도 마침내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파란색 장미(genetically modified blue rose)가 11월부터 판매에 들어간다고 일제히 전했다. 일본의 주류메이커인 산토리사는 지난 15년동안 30억엔이 넘는 돈을 들여 푸른색 꽃인 팬지(pansy)의 유전자를 장미에 이식시켜 파란색 장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푸른색 유전자를 접목시킨 후 붉은 빛을 억제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탓에 꽃 잎은 연보라색에 가깝다고 한다. 파란장미는 보통 장미꽃보다 10배 정도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는 소식이다.
이번 파란 장미 개발과 상품화는 여러 가지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J.왓슨과 F.크릭에 의해 1953년 DNA의 이중나선구조가 규명된 이후 유전자 분리,인공유전자 합성을 거쳐 1973년에 DNA 재조합기술이 개발되면서 유전자조작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파란 장미문제는 첨단과학으로도 풀리지 않는 숙제의 하나로 남아있었다. 유전자조작기술을 활용한 파란 장미의 개발사례를 높이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유전자 관련분야의 성공 사례는 비단 파란 장미만은 아니다.다수확•내병•내한성 벼품종과 우량 육질의 돼지•소 품종 개발,미생물에 의한 수소와 알코올 생산,사람 인슐린과 단일 항체와 인터페론(항암제) 생산,공해물질 분해•제거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유전자재조합을 통해 장기간 단단함과 신선도가 유지되는 형질전환 토마토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1994년부터 시판에 들어간 이래 해충에 잘 견디는 옥수수,제초제에 저항성이 뛰어난 콩 등 생명공학작물(biotech crop)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미국의 경우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활용한 대두와 옥수수가 각각 전체 생산량의 90%와 73%를 차지할 정도다.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유통되고 있는 유전자변형농산물 이른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30여개 품목에 이르며,특히 시판 중인 두부의 80% 이상은 유전자변형 콩이 섞인 원료로 제조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들은 흔히 ‘바이오(biotechnology)’로 통하는 생명공학기술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생명공학작물이 파란 장미처럼 호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서유럽 국가의 환경단체들은 생명공학작물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으로 폄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시민단체들이 안전성 등을 이유로 유전자변형농작물 수입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물론 생명공학작물로 인해 벌레가 더 많이 죽고 인간에게도 해롭다는 ‘제왕나비 소동’을 비롯 제초제에 견디는 슈퍼잡초 출현 경고,생명공학 콩의 알레르기 유발,생명공학 감자의 쥐 발육기능 저해 등 반대논리들은 아직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유럽에서는 생명공학작물이 재배되지 않고 있다는 것 등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
문제는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public acceptance)이다. 과학적 산물이 사회적으로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긍정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관련 정보가 정확하게 시민에게 전달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고 보면 사회적 불신의 해소가 과학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바이오 과학자들과 기업들이 사회와의 소통에 온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강연회 등을 통해 바이오기술의 유용성과 안정성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이해를 얻어내야 한다. 생물공학작물이 언제쯤 파란 장미 같은 평가를 얻어낼 수 있을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