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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규항 교수/ 세종대 식품공학과kyungkh@sejong.ac.krGM작물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비논리적인 주장 중에 대표적인 것이 제초제 내성(Herbicide Tolerant; HT) GM작물을 재배하면 농약 사용량이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HT 농작물이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으니까 농민들이 농약을 무분별하게 마구 뿌릴 것이며, 두 번째는 잡초에 제초제 내성이 생기니까 더 많은 농약을 살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해 부족을 해소시키기 위해 HT GM작물을 재배할 때와 비HT non-GM농작물을 재배할 때에 실제 제초제 살포량을 비교하고, 이어서 농민들이 제초제를 마구 뿌리지 않는 이유와 제초제 내성 잡초의 발생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우선 HT GM작물을 재배할 때는 보편적인 제초제 (예, glyphosate, glufosinate) 한 가지만 한두 번 살포하면 모든 잡초가 다 죽고, 제초제에 견디는 HT GM작물만 살아남게 된다. 이에 비해 비 HT를 재배할 때는 2~6종류의 제초제를 뿌려줘야 한다. 그 이유는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잡초만 모두 죽일 수 있는 이상적인 제초제는 없으므로 선택적으로 한 두 종의 잡초를 죽일 수 있는 제초제를 여러 가지 뿌려야 한다. 실제 농약 사용량의 통계자료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HT GM작물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이 glyphosate와 glufosinate에 내성인 옥수수이며 이들 GM옥수수를 재배할 경우에는 각각 헥타르당 제초제 2.59 kg과 2.22 kg을 살포하면 되는데 비해, non-GM 옥수수를 재배할 때는 이보다 약 50%정도 더 많은 3.74 kg의 제초제를 뿌려줘야 한다. 이번에는 HT GM농작물을 심더라도 농민들이 제초제를 마구 뿌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자 한다. 농민들도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짓는데, 필요하지도 않은 농약을 마구 뿌리면서 손해를 볼 이유가 없다. 제초제도 돈 주고 사지만 그것을 뿌릴 때도 인건비와 연료비가 들어가는데 왜 농민들이 제초제를 마구 뿌릴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다음에는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는 잡초의 발생에 대한 설명이다. 제초제를 오래 동안 사용하면 그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는 잡초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HT 작물을 육성한 방법이 GM방법이던 non-GM 방법이던 관계없이 제초제 내성 잡초는 생겨나게 마련이다. 제초제 내성 잡초가 생기는 것은 항생제 내성 병균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항생제 내성 병균의 출현은 병균 자신의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사람에 맞서 싸우는 방법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강력한 작용을 가지는 다른 항생제를 개발해내어도 병균은 또 이 새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잡초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잡초도 사람과의 생존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므로 두 생물은 끝없는 생존싸움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잡초가 제초제 내성을 획득하여 HT GM작물의 경제적 가치가 없어지기도 전에 종자회사는 이미 새로운 HT GM작물을 개발해서 손에 쥐고 있을 것이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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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곤 교수/명지대 생명과학정보학부jukon@mju.ac.kr“글로벌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선 6-70년대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에 이은 제2-제3 녹색혁명을 통한 작물생산량 증대가 절실하다.” 지난 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연례서한 발표에서 전 세계 빈곤층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제 2의 녹색혁명’ 재현을 촉구하였다. 세계식량문제를 거론할 때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지목되는 녹색혁명은 1960-70년대 미국의 농학자 노먼볼로그 박사(1914-2009)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1950년대에 고수확 밀을 개발하여 빈곤 국가의 식량문제 해결에 이바지한 공로로 과학자로는 드물게 197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빌 게이츠가 농업혁명을 통한 세계 식량 위기 해법을 제시하면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녹색혁명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듯하다. 녹색혁명이라 불리는 신품종 및 신농경법(비료 및 작물보호제)은 과거 식량증산의 주요 원동력이었다. 현재 우리는 6~70년 대보다 더 큰 식량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1960년대 30억이었던 세계 인구는 2011년 두 배 이상이 증가하여 70억이 되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식량 확보가 시급하다. 전 세계는 지금 새로운 녹색혁명의 원동력으로 생명공학작물 개발 연구에 민간 및 국가 차원의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중국 역시, 고생산성 생명공학작물 개발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물적ㆍ인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해외의 우수 생명공학 품종을 유치하고, 자체 개발한 생명공학작물의 상업적 재배를 서두르고 있다.우리나라의 식량안보 현실은 어떠한가? 2011년 초 미국 농무부(USDA)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7.7%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8번째로 하위권이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곡물시장의 흐름에 아주 민감할 수 밖에 없고 2008년 에그플레이션과 같은 세계 식량 위기는 곧 우리의 식량 위기로 직결된다.우리나라 역시 바이오그린/프론티어 사업과 같은 여러 국책사업을 통해 생명공학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국내 기술을 이용한 생명공학작물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생명공학작물을 농가에 보급하기까지 더 큰 난관이 산재되어 있다.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부족,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과도하게 강력한 안전성 평가 관련 규제들이 가장 큰 장벽이다. 규제는 강력하지만 국내 안전성 평가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는 실정으로 아직까지 국내 생명공학작물이 안전성 평가에서 승인을 받은 건수는 단 1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과도한 규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더 많은 인적ㆍ물적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며 타 국가보다 강력한 규제는 역차별이 되어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생산의 예측 불가, 의료기술발전에 의한 수명증가, 신흥국의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소비증가 등으로 인하여 21세기는 새로운 녹색혁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으며 생명공학작물은 가장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더욱이 곡물자급율이 낮은 우리로서는 생명공학작물을 이용한 농업 경쟁력 강화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생명공학작물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정책 오류가 한국 농업의 미래,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지 뒤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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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논설위원 유병선 ybs@kyunghyang.com과학자들은 물이 절연체라고도 하고, 전도체라고도 한다. 달리 말하면 절연체로서든, 전도체로서든 모두 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물과 전기의 모순이 과학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아무런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명쾌하다. 수소 분자 2개와 산소 분자 1개가 결합한 물(H2O)은 전류가 흐르지 못한다. 중학생도 과학시간에 졸지만 않으면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증류수와 같은 절연체로서의 순수한 물은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마시고 씻고 하는 자연계의 물은 전류를 흐르게 하는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어 전도체로 보는 게 과학적이다. 그래서 물은 절연체이지만 전도체라는 말이 하등 헷갈림 없이 받아들여진다. 과학에서 물성을 따질 때의 물은 절연체이고, 일상에서 전기를 다루면서 감전 사고를 조심해야 할 때의 물은 전도체라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이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은 물과 다르다. 어떤 과학자들은 안전하다고 하고, 어떤 과학자들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은 어느 쪽 말이 맞는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GMO의 안전성을 둘러싼 과학 논쟁이 전문적이고 복잡하다. 하지만 두 편으로 갈린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안전성을 지지하는 측은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고 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쪽은 안전하다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며 반박하는 것이다. 서로 그렇지 않음을 입증하라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GMO 안전성 논란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났다. 과학자들은 현대 과학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믿는 경향을 보인다. 과학적 진위 공방은 신념이나 윤리, 가치관의 충돌로 전선이 옮겨진 셈이다. 절연체를 말할 때나 전도체를 가리킬 때나 ‘물’이라고 하지만, 전 세계 콩의 80% 가까이가 GMO인데도 그냥 ‘콩’과 ‘GMO콩’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그 방증이다. 과학에서 신념의 문제로 바뀐 상황에서 진짜 쟁점은 GMO 먹을거리가 우리의 삶 속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안전성이란 단일 잣대로만 측량할 수 없는 복잡다기한 논쟁을 낳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단위 단일경작의 확산이 지속가능한 농법인가, GMO가 종자와 농업의 대외 종속을 심화하는 건 아닌가, 분배의 왜곡을 바로잡지 않은 채 GMO로 식량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가 등등의 해묵은 환경적•사회적•국제정치적 논쟁이 GMO 식품의 조용한 확산과 더불어 새삼스럽게 불붙고 있다. 과학은 불확실성에 빠졌고, 우리의 식탁에는 이처럼 시끌시끌한 논쟁거리들이 매 끼마다 올라오고 있는 셈이다. 입맛 떨어지지만 회피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가치관의 문제라면 어떤 논쟁이든 사회적으로 활발해질수록 GMO가 물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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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정경과학부 안경애 차장 naturean@dt.co.kr올해는 유난히도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각종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봄답지 않은 매서운 한파와 부족한 일조량 때문에 양파, 파, 상추 등 채소 값이 금값이 됐다. 이전에는 구경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발칙한’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다 돌아서길 여러 차례. 요즘엔 다소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겨울 같은 봄 날씨를 겪은 탓에 수확량이 이전 같지 못한 지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에, 농산물 값이 가장 만만했던 예전이 그리울 따름이다. 이상기후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전체가 혹독하게 겪고 있다. 올 여름 지구촌 북반구는 폭염에, 남반구는 혹한에 시달리고 있다. 사상 유례 없는 추위로 어린이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페루에서는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됐고, 러시아는 40도 가까운 폭염과 가뭄으로 인명피해가 잇따르면서 83개 지역 중 23개 지역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바다 건너 중국은 물난리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달 초부터 중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1억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상기후’가 올해 봄과 여름만의 단기성 현상에 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당장 우리 먹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실제로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는 이상기후의 영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3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에 1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은 곡물 생산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다 중앙아시아 최대 농작물 수출국인 카자흐스탄과 주요 농작물 수출국인 미국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캐나다는 홍수의 타격을 입었다. 그 영향으로 국제 시장에서 밀 선물 가격이 지난 6월 이후 25% 이상 올랐다. 밀, 옥수수, 콩, 설탕 등 기본 먹거리들의 가격이 안정되지 못하고 치솟는다면 어느 한 지역, 한 나라가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극심한 후유증을 앓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이상기후 현상이 앞으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와 기술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떠오르는 게 생명공학작물(GMO)이다. 가뭄에 잘 견디는 벼,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 바이러스 저항성을 가진 고추 등을 내놓은 생명공학작물이라면 가뭄, 폭염, 혹한 등에도 인류가 견뎌나갈 수 있는 먹거리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 비판자들은 “생명공학식품을 세끼 배불리 먹느니 차라리 하루 한끼를 먹더라도 안전성이 검증된 음식을 먹겠다”고 말할지 모른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생명공학작물에는 지구상 어떤 식품보다도 엄격한 심사 프로세스가 적용되고 있다. 대두와 옥수수의 경우, 대부분이 생명공학작물이 차지해 식품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두와 옥수수의 경우, 생명공학식품이 대세인 것이다.선택은 개인이 하더라도 정책적으로는 위기대응전략을 짜야 할 때다. 다행히 생명공학작물 관련 국내 기술 수준은 세계에 뒤지지 않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을 구성하고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연구를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사업단에는 지금까지 5000여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덕분에 생명공학작물과 관련해 불모지에 가깝던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R&D 거점이 만들어졌다. 사업단은 기술이전만 100억 원이 넘게 했지만 국내에서는 생명공학작물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와 종자산업․농업의 낙후성 때문에 기술을 전해줄 곳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이 해외 다국적기업에 이전됐다. 생명공학작물을 산업화할 종자기업도, 농업 기반도 생명공학작물을 받아들일 사회분위기도 정부정책도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는 아예 거뒀다. 국내 연구자들이 실패 위험성을 무릅쓰며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아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는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해외에서 거의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기후가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 이 때, 정부는 현실성 있고 충실한 농산물 분야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그 전략 속에서 생명공학작물을 배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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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방주 중앙일보 과학전문 기자bpark@joongang.co.kr육종의 세계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일본 산토리사가 2004년 유전자재조합 방법으로 ‘파란 장미’를 개발한 것이나, 국내에서 배아가 보통의 벼보다 두 배 정도 더 큰 거대배아미를 개발한 것 등을 보면 육종이야 말로 신의 손을 대신하는 작업으로 비춰진다. 파란 장미(blue rose)는 그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품종으로 꽃말 마저 ‘있을 수 없는 일•불가능한 것’으로 붙여졌던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냈다. 신의 영역처럼 느껴졌던 새로운 식물의 탄생이 인류의 손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육종은 전통육종, 유전자재조합, 방사선 육종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통육종의 기본은 식물의 경우 암수간의 교배(수분)를 통해 이뤄진다. 좋은 품종끼리 교배해 우량 품종이 나오게 하는 방법으로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1970년 대 다수확 품종으로 유명한 통일벼도 이렇게 개발되었고 2007년 경상대 연구팀이 개발한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콩’도 그렇다. 일반 콩에는 날것으로 먹을 때 소화를 방해하는 물질이 있고, 비린내가 나는 것이 특징이 있는데, 소화 방해 효소가 없고, 비린내도 나지 않는 신품종을 일반 교배 방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유전자재조합 방법은 최근에 개발된 것 이지만 최근 육종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맞춤형 신품종 개발이 가능한데도 세월도 짧게 걸린다. 이를 테면 비가 잘 오지 않고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벼,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지 않는 고추,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 등도 이렇게 개발됐다. 유전자재조합은 DNA가 동식물 등 생명의 종의 장벽을 넘나 드는 특징을 십분 활용한다 하겠다. 즉, 바이러스에서 뽑은 유전자를 담뱃잎에 넣어 거기서 백신 성분이 생산되도록 한다든가, 해파리에서 초록형광단백질을 추출해 식물이나 동물의 유전자 조작여부를 확인하는 단백질로 사용하는 것도 그런 특징을 반영한다. 유전자재조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작물이나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 반응이 문제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점차 인식의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유전공학 회사들은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와 함께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에도 배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사선을 쪼여 신품종을 만든 것은 80여 년 전에 알려진 기술이다. 씨앗이나 자라고 있는 식물 몸체에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만든 뒤 좋은 품종을 골라 내는 것이다. 방사선을 쪼인 식물에서는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원하는 품종을 콕 집어 개발하기는 쉽지 않지만 뜻하지 않는 품종이 나올 확률이 높은 장점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 방법으로 개발한 신품종이 3000여종에 이른다. 이들 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일은 아니다. 서로 장단점이 있고, 인류의 신품종 개발에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지원하거나 육성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장점을 십분 살려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추면 한국의 농업이나 생물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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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매일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jlyon@mk.co.kr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정복전쟁을 시작하면서 소아시아의 프리기아란 나라를 지나게 됐다. 성에는 밧줄로 묶어놓은 전차가 있었는데, 신탁에서 이 전차를 묶은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다스릴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신탁을 알고 있엇던 알렉산더는 매듭을 풀려고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풀리지 않자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리며 자신이 ‘아시아의 왕'임을 주장했다. 이렇듯 쉽게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고르디아스의 매듭(Gordian knot)'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과학기자들에게 GMO(생명공학작물)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이자 계륵같은 존재다. 증가하고 있는 생명공학작물 관련 연구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생명공학작물의 장점과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과 아직 검증이 돼 있지 않다는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기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유전공학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만큼 유전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생명공학작물의 안전성을 100% 확신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제법 중립적인 입장에서 쓴 생명공학작물 기사라도 데스크가 "생명공학작물은 위험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며 보도를 유보라도 할라치면 스스로 기사를 게이트 키핑해 관련 보도를 꺼리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우리사회가 생명공학작물에 대해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을 따른다고 지적한다. 위험의 사전적 의미는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로 불확실성이 핵심개념이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이다. 1969년 미국의 물리학자 C. 스타는 기술발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사회적 이득을 비교분석해 봤다. 그 결과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 위험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외부에서 주어진 위험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생각한다. 즉 성형수술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음식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는 훨씬 적더라도, 그 수천만 분의 1의 위험성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다. 이처럼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음식의 안전성은 확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중들은 음식물에 대한 위험을 확률이 아닌 불확실성, 재앙의 정도, 형평성, 통제 가능성, 후속 세대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식과 복잡한 과학적 설명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이 나서서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너희는 따라와야 한다고 주장해봐야 대중들은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지금까지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홍보점수는 ‘0'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생명공학작물이 정말 안전하다면 일부 시민단체들에서 ‘유전자조작식품'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용어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품은 훨씬 더 든다. 뜨게질을 예로 들어보자. 뜨게질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는 풀어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렇지만 뜨게질을 시작한지 한참이 지난 뒤 무늬를 잘못 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동안 시간과 비용은 허공에 떠버리고,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생명공학작물의 진실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생명공학작물은 위험해'라는 대중의 상식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려면 그럴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무조건 반박을 하거나 식량주권, 못 먹고 못 사는 사람들과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을 생명공학작물로 구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다. 새로운 기술로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은 해결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기술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낙관주의로는 절대 해결이 되지 않는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소비자들의 참여를 통한 신뢰의 구축과 관련 정보를 가감 없이 공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시민들이 위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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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우상규기자skwoo@segye.com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 수주 소식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원전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프랑스 등 원전 강국을 따돌리고 400억달러짜리 계약을 따냈다는 것에 다들 기뻐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원전 도입을 결심하고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0여년 만에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수출까지 하게 됐으니 분명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이었다.여기서 잠깐. 시계를 과거로 되돌려보자. 우리 국민이 지금처럼 원전에 대해 늘 우호적이었을까. 아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와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보면서 '원전 강국도 사고가 나는데 우리나라가 안전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원전이 들어서면 마을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죽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우리는 원전 보유국이 된 이래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고, 이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무사고'를 앞세워 UAE에 이어 터키 원전 건설도 수주했고, 인도 원전 건설도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해 4000억달러를 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는 작년 우리나라의 수출액 3638억달러보다 많은 액수다.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히 하면, 원전은 '안전성' 논란을 겪었지만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과 '안전성'을 무기로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다.시선을 먹을거리로 돌려보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나라에 원전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게 있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이 그렇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생명공학작물이라 부르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침이 마르게 설명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프랑켄슈타인' 작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생태계 파괴 등 GMO가 불러올 수 있는 재앙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GMO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선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해 줄 유일한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물이 부족한 사막이나 추운 극지방에서도 잘 자라는 곡물이 개발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 농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지구촌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병해충에 강해 기존 품종보다 농약사용이 줄어 환경에 덜 해롭다는 것도 좋은 점으로 평가받는다.이 같은 장점에도 GMO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안전성' 때문이다. 1994년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처음 상용화된 이후 지금까지 GMO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하지만 GMO가 앞으로도 영원히 100% 안전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다.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오랜 세월을 거쳐 사람들이 먹어도 안전하다고 여기는 식품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똑같은 식품도 개인차에 따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 물도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로울 수 있다.먹을거리 문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의 경우 2008년 재배된 콩 94%, 목화 95%, 옥수수 85%가 GMO 품종이다. 세계적으로도 콩의 70%, 목화의 46%, 옥수수의 24%는 GMO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가에서 GMO를 재배하지 않지만 가축 사료용 원료로 수입하는 옥수수는 전량 GMO다. GMO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우리나라도 이제 GMO에 대해 공론화를 거쳐 분명한 입장을 정할 때가 된 것 같다. GMO 도입을 찬성하든, 거부하고 대안을 찾든 선택이 늦어지는 만큼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처럼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라는 대가가 따른다. 원전의 경우 우리나라는 사고 위험이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도입해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성장시켰다. 만약 도입을 거부했다면 지금처럼 신흥 원전 강국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올해는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와 관련된 속담 중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있다. 호랑이는 두려운 존재다. 외면하고 피해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이라면 다치지 않고도 잡을 수 있는 사냥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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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미디어과학부 김영섭 차장kimys@yna.co.kr지난 11월 16-1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중요하고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국제회의가 있었다. 지구촌 빈곤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자크 디우프 FAO 사무총장은 단식농성을 벌여가며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선진국의 지원 확대를 호소했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디우프 총장은 권위있는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생명공학작물(GMO)을 포함한 새로운 농업기술 개발이 식량 증대에 필수적”이라며 ‘생명공학과 식량위기’를 직접 연계시켰다. 그는 “세계 각국이 곡물 가격 급등 위기를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식량 부문에 대한 열악한 투자와 아시아 지역의 수요 급증, 곡물자원의 바이오연료 전용 등 식량위기를 부추기는 요인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농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유기농만으로 65억명의 세계 인구를 먹여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디우프 총장의 이런 언급은 식량위기와 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점에 피할 수 없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하겠다. 바야흐로 첨단과학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에, 전세계적으로 5초마다 8명이 기아로 사망하는 ‘풍요 속의 빈곤’ 시대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당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식량안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발행의 11월 최신호에 따르면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앞으로 40년간 세계에서 5살 이하 어린이 2,500만 명이 추가로 영양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세계은행은 세계인구가 2050년께에는 90억 명에 달하게 되고 전 세계 식량수요가 2030년까지 약 50%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러한 글로벌 식량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유엔은 지난해 6월 로마에서 식량안보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올 7월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G8 정상회의에서는 향후 3년간 20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라퀼라 식량안보 선언(Laquila Food Security Initiative)’을 채택했다. 급기야 글로벌 식량위기가 심화하고 이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이제, 생명공학작물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본다. 생명공학작물(Biotech Crop)이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 유용한 유전자를 그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작물에 삽입함으로써 유전자 물질(DNA)의 일부를 재조합한 작물을 말한다. 대표적인 생명공학작물은 잘 무르지 않아 보관이나 운반 및 보관에 편리하도록 개발된 토마토, 조명나방, 옥수수뿌리벌레 등 해충에 잘 견디도록 개발된 해충저항성 옥수수, 제초제에 견디는 제초제내성 콩 등이 있다. 생명공학작물이 소개된 이래 농민들의 작물 수확량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그 예로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옥수수는 첫 상업화된 1996년보다 33.1% 수확량이 증가했고 대두는 1995년 대비 19.6% 증가했다. 생산성을 향상시킨 생명공학작물의 재배로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해결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특히 최근 국가적,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온실가스와 관련해서도 생명공학작물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적은 연료 사용과 생명공학작물 재배를 통한 감소경운으로 추가적인 토양 탄소 저장으로부터 기안한다. 2005년 기준으로 생명공학작물의 재배로 인해 대기로부터 90억kg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했다. 이는 1년 동안 약 400만대의 차량을 제거한 동일한 효과라고 한다. 또한 생명공학작물 재배의 효과로 농약 사용을 2억2,400만kg 감소시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지금부터라도 우리 한국도 GMO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개선 없이는 GMO 품종의 국내 개발 및 재배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생명공학육종과 전통육종의 절묘한 상호관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한 원로학자의 ‘결론’은 우리 모두가 천착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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