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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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규항 교수/ 세종대 식품공학과kyungkh@sejong.ac.krGM작물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비논리적인 주장 중에 대표적인 것이 제초제 내성(Herbicide Tolerant; HT) GM작물을 재배하면 농약 사용량이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HT 농작물이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으니까 농민들이 농약을 무분별하게 마구 뿌릴 것이며, 두 번째는 잡초에 제초제 내성이 생기니까 더 많은 농약을 살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해 부족을 해소시키기 위해 HT GM작물을 재배할 때와 비HT non-GM농작물을 재배할 때에 실제 제초제 살포량을 비교하고, 이어서 농민들이 제초제를 마구 뿌리지 않는 이유와 제초제 내성 잡초의 발생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우선 HT GM작물을 재배할 때는 보편적인 제초제 (예, glyphosate, glufosinate) 한 가지만 한두 번 살포하면 모든 잡초가 다 죽고, 제초제에 견디는 HT GM작물만 살아남게 된다. 이에 비해 비 HT를 재배할 때는 2~6종류의 제초제를 뿌려줘야 한다. 그 이유는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잡초만 모두 죽일 수 있는 이상적인 제초제는 없으므로 선택적으로 한 두 종의 잡초를 죽일 수 있는 제초제를 여러 가지 뿌려야 한다. 실제 농약 사용량의 통계자료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HT GM작물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이 glyphosate와 glufosinate에 내성인 옥수수이며 이들 GM옥수수를 재배할 경우에는 각각 헥타르당 제초제 2.59 kg과 2.22 kg을 살포하면 되는데 비해, non-GM 옥수수를 재배할 때는 이보다 약 50%정도 더 많은 3.74 kg의 제초제를 뿌려줘야 한다. 이번에는 HT GM농작물을 심더라도 농민들이 제초제를 마구 뿌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자 한다. 농민들도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짓는데, 필요하지도 않은 농약을 마구 뿌리면서 손해를 볼 이유가 없다. 제초제도 돈 주고 사지만 그것을 뿌릴 때도 인건비와 연료비가 들어가는데 왜 농민들이 제초제를 마구 뿌릴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다음에는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는 잡초의 발생에 대한 설명이다. 제초제를 오래 동안 사용하면 그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는 잡초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HT 작물을 육성한 방법이 GM방법이던 non-GM 방법이던 관계없이 제초제 내성 잡초는 생겨나게 마련이다. 제초제 내성 잡초가 생기는 것은 항생제 내성 병균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항생제 내성 병균의 출현은 병균 자신의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사람에 맞서 싸우는 방법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강력한 작용을 가지는 다른 항생제를 개발해내어도 병균은 또 이 새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잡초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잡초도 사람과의 생존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므로 두 생물은 끝없는 생존싸움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잡초가 제초제 내성을 획득하여 HT GM작물의 경제적 가치가 없어지기도 전에 종자회사는 이미 새로운 HT GM작물을 개발해서 손에 쥐고 있을 것이 틀림이 없다.
김주곤 교수/명지대 생명과학정보학부jukon@mju.ac.kr“글로벌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선 6-70년대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에 이은 제2-제3 녹색혁명을 통한 작물생산량 증대가 절실하다.” 지난 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연례서한 발표에서 전 세계 빈곤층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제 2의 녹색혁명’ 재현을 촉구하였다. 세계식량문제를 거론할 때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지목되는 녹색혁명은 1960-70년대 미국의 농학자 노먼볼로그 박사(1914-2009)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1950년대에 고수확 밀을 개발하여 빈곤 국가의 식량문제 해결에 이바지한 공로로 과학자로는 드물게 197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빌 게이츠가 농업혁명을 통한 세계 식량 위기 해법을 제시하면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녹색혁명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듯하다. 녹색혁명이라 불리는 신품종 및 신농경법(비료 및 작물보호제)은 과거 식량증산의 주요 원동력이었다. 현재 우리는 6~70년 대보다 더 큰 식량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1960년대 30억이었던 세계 인구는 2011년 두 배 이상이 증가하여 70억이 되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식량 확보가 시급하다. 전 세계는 지금 새로운 녹색혁명의 원동력으로 생명공학작물 개발 연구에 민간 및 국가 차원의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중국 역시, 고생산성 생명공학작물 개발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물적ㆍ인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해외의 우수 생명공학 품종을 유치하고, 자체 개발한 생명공학작물의 상업적 재배를 서두르고 있다.우리나라의 식량안보 현실은 어떠한가? 2011년 초 미국 농무부(USDA)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7.7%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8번째로 하위권이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곡물시장의 흐름에 아주 민감할 수 밖에 없고 2008년 에그플레이션과 같은 세계 식량 위기는 곧 우리의 식량 위기로 직결된다.우리나라 역시 바이오그린/프론티어 사업과 같은 여러 국책사업을 통해 생명공학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국내 기술을 이용한 생명공학작물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생명공학작물을 농가에 보급하기까지 더 큰 난관이 산재되어 있다.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부족,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과도하게 강력한 안전성 평가 관련 규제들이 가장 큰 장벽이다. 규제는 강력하지만 국내 안전성 평가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는 실정으로 아직까지 국내 생명공학작물이 안전성 평가에서 승인을 받은 건수는 단 1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과도한 규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더 많은 인적ㆍ물적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며 타 국가보다 강력한 규제는 역차별이 되어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생산의 예측 불가, 의료기술발전에 의한 수명증가, 신흥국의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소비증가 등으로 인하여 21세기는 새로운 녹색혁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으며 생명공학작물은 가장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더욱이 곡물자급율이 낮은 우리로서는 생명공학작물을 이용한 농업 경쟁력 강화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생명공학작물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정책 오류가 한국 농업의 미래,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지 뒤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진원 한경비즈니스 기자zinone@hankyung.com 최근 국내에서도 미래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곡물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곡물 가격 폭등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 식량 수급의 구조적인 불균형 탓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배경으로 영국정부의 싱크탱크 포어사이트는 향후 40년간 식량가격 폭등은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 초 미국농무부(USDA)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곡물자급률이 26.7%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8번째로 하위권에 있다. 한국은 식량안보를 국제시장 흐름에 통째로 내맡기고 있기 때문에 곡물가격 상승의 위기감은 더 하다. 특히 한․EU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교역 상대국에 비해 취약한 농업 경쟁력으로 인해 식량 자급기반은 더욱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한국보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일본(25%)도 비슷하다. 하지만 식량 위기 대응책 마련에 무감각했던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조용하고 치밀하게 대응책을 마련해 놨다. 일본은 지난 40년 전부터 종합상사들을 앞세워 브라질 등에 농장을 확보하고 현지 생산에 나섰다. 일본 농산물업체인 가이아링크스는 아르헨티나 바라데로 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콩과 옥수수 재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모두 일본으로 보내지고 있다. 구호기구인 일본국제협력기구는 브라질, 모잠비크와 손잡고 아프리카 기니의 사바나 지역을 콩, 옥수수, 면화 등과 같은 곡물재배가 가능한 비옥한 농토로 바꿔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한편, 세계 최대 곡물수입국인 중국은 곡물가격이 급등하자 브라질에만 11조원의 농업 투자를 진행했다. 중국은 브라질 주요 농산물 생산업체와 수출계약을 체결하거나 농업 기간산업 투자, 농지구매 등을 통해 ‘글로벌 곡물조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국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생명공학 기술을 도입하거나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생명공학작물(GMO)과 같은 병충해와 기상이변 등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품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최근 들어 해외 곡물개발과 곡물확보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민간과 공공부분이 해외에 합동으로 진출하도록 ‘해외농업 개발협력법’을 제정하고 2012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농업자원개발 펀드도 조성하며 중장기적으로 ‘해외 농업개발공사’ 설립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재배 면적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경작지를 늘리는 것만으로 불충분하다. 한정적인 경작지에서 얼마나 생산성을 높이느냐 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래함 브룩스 PG이코노믹스연구소 소장은 “한국이 곡물 자급률을 높이려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가능한 한 신기술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정치적 문제를 떠나 경제적 효용에 따라 생명공학 기술을 몇 년 안에 빠르게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량안보와 관련해 대응책의 마련이 절실한 현재, 곡물자급률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tkpark@joongang.co.kr  우리 국민은 세계 식량의 날(10월16일)에 샴페인을 터뜨릴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이날 만이라도 식량 현실 바로 보기 캠페인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대의 식량 자급률. 암담하고 위태로운 수치다. 그런데도 대중은 물론 정책 입안자들도 “부족하면 사다 먹지”하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쉬란(Josttle Sheeran) 사무총장은 지금의 식량위기를 ‘침묵의 쓰나미’(a silent tsunami)라고 비유했다. 엄밀히 말하면 ‘식량 쓰나미’는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나는 일이 아니어서 그 피해의 심각성과 범위는 자연의 쓰나미 이상이다.식량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주요 식량수출국들의 수출제한으로 물량 확보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ㆍ러시아ㆍ인도 등의 식량 수출제한조치는 큰 위협 요인이다. 여기에 덧붙여 기상 이변ㆍ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와 호주 등 주 곡물산지의 기상여건 악화도 식량위기를 부채질한다.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 위기 등 전 세계의 경제난과 맞물리면서 앞으로 곡물 확보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현재의 식량위기는 특히 우리나라 같은 식량수입국• 개발도상국• 저소득층• 취약계층 등에 집중되고 있다. 단순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넘어서 정치ㆍ사회 불안 요인으로 대두될 게 분명하다. 식량위기 해법의 첫 단추는 우리 국민에게 현재의 심각성을 바로 알리기가 돼야 할 것이다. 미디어를 활용해 식량위기의 실상은 지속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또 자급률 목표 설정 등 국내 식재료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나 법령 정비도 시급하다. 날로 심화되는 수출국의 수출 규제에 맞서 품목별로 3∼4개국 정도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식량 위기 탈출의 한 방편으로 거론되는 GMO(유전자변형작물) 등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도 해소시켜야 한다.우리나라와 식량 사정이 엇비슷한 일본을 적극 벤치 마킹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일본은 현재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R 10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밀가루 소비량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하자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일본쌀의 주산지인 니가타 현에서 시작돼 2008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니가타 현은 2003년부터 학교급식에 쌀가루 빵을 도입했고 현내 초등학교의 60%에서 쌀가루 빵을 급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연간 491만t에 이르는 일본 내 밀가루 소비량의 10%인 약 50만t을 쌀가루로 대체한다면 도쿄 면적의 1.6배나 되는10만㏊ 상당 휴경지 활용 효과를 얻게 된다. 50만t가량의 밀 수입이 줄면 캐나다 등으로부터의 밀 수송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20만9,000t 줄이는 효과도 덤으로 얻게 된다.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ejlee@kbs.co.kr  세계 최고의 갑부로 불리는 빌 게이츠 회장이 자신의 세 자녀들에게 천만달러, 즉 ‘단돈 100억원’만 물려주기로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100억원이 큰 돈이지만 560억달러(약 60조원)가 넘는 빌 게이츠의 재산 규모를 생각하면 아마도 빌 게이츠의 자녀들은 섭섭할 지도 모르겠다. 빌 게이츠의 자녀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곳은 빌 게이츠 부부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 봄,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쌀과 카사바를 증식시키는 연구에 2천만달러를 내놨다. 이 기금은 앞으로 필리핀이나 방글라데시에서 비타민 A가 많은 ‘골든 라이스’를 재배하고 케냐와 나이제리아에서 철과 단백질이 풍부한 ‘바이오카사바’를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게 된다고 재단측은 밝혔다. 그런다면 골든 라이스와 바이오카사바는 어떤 작물일까? 둘다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GMO’이다. 골든 라이스는 스위스의 식물과학연구소에서 1992년부터 8년간 연구해 만들어낸 작물이다. 과학자들은 쌀에 부족한 비타민 A를 증가시키기위해 ‘베타-카로틴’이 많은 쌀을 만들기로 했고 ‘라이코펜 싸이클라제’라는 유전자를 일반 쌀에 끼워넣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이 쌀은 진한 노란색을 띠고 있어 일반 쌀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카사바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재배되는 식물로, 고구마나 감자와 비슷한 뿌리작물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쌀과 밀 다음으로 많이 먹는 주식인데 칼로리는 높으나 영양소가 많지않은 것이 특징이다. 도날드 댄포드 식물과학센터는 ‘바이오카사바 플러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비타민 A와 철,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카사바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골든 라이스와 바이오카사바는 개발 목적이 숭고함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작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몇몇 환경단체에서는 이들 작물의 재배를 반대하며 인체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실험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이들 식품이 환경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실해져야 농부나 소비자에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 재단은 앞으로 골든 라이스와 바이오카사바의 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식품 안전성과 환경 규제와 관련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하루 영양분의 50~80%를 쌀에 의존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7천만 명이 카사바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억명의 사람들이 아직도 비타민이나 무기질 결핍에 시달리고 있고, 이들 나라의 높은 사망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주식인 쌀이나 카사바에 영양소를 높게 첨가한다면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골든 라이스는 2013년~2015년 사이에, 바이오카사바는 2017년쯤 실제로 인류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어떻게 인류에 기여를 하느냐에 따라 ‘숭고한 목적을 가진 생명공학작물’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주간조선 기자flatron2@chosun.com   지난 3월 4일 한국을 찾은 클라이브 제임스(Clive James) 박사가 생명공학작물(Biotech Crops) 실용화 15주년 국제현황보고회에서 수차례 강조한 단어다. '프로 초이스'란 단어는 본래 여성의 임신중절 선택권을 합법화하자는 여권(女權)운동에서 나온 말이다. 임신중절을 선택할 수 있는 일종의 정치적 권리를 직접 당사자인 여성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클라이브 제임스 박사가 언급한 '프로 초이스’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임스 박사는 "생명공학작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농부들에게 돌려주자"고 역설했다. 생명공학작물의 종자를 심고, 기를 수 있는 선택권을 농부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제임스 박사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은행의 자문을 맡은 바 있는 생명공학계의 권위자다.전 세계적으로 식량가격 상승이 가파르다. 밀과 옥수수 같은 주곡은 물론 돼지나 소, 닭 같은 육류도 말할 것이 없다. 지난 3월 11일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福島)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서, 일본 연근해산 물고기 등 일부 식자재는 이미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커진 셈이다. 생명공학작물은 애그플레이션 시대를 넘어설 유력한 대안 중 하나다. 생명공학작물은 과거 한때 유전자변형농산물(GMOㆍ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로 불린 작물이다. 유전자 조작기술을 적용해 가뭄과 홍수, 병충해에 잘 견디는 작물을 만들어 보자는 목적에서 나온 작물이다. 최근에는GMO 에 대한 부정적 어감을 줄이기 위해 생명공학작물로 이름을 바꾸는 추세다.생명공학작물의 또 다른 목적은 농민들의 소득수준을 개선하는 것이다. '천수답(天水畓)'이란 말이 있다. 천수답은 관개(灌漑)시설 없이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을 일컫는다. 천수답을 가진 농민들은 가뭄에 마른 하늘만 목이 빠져라 쳐다보기 일쑤다. 과거 우리가 그랬고, 지금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수많은 개발도상국 농민들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개도국 농민들에게 가뭄과 홍수에 강하고 병충해에도 잘 버티는 생명공학작물은 하나의 출로(出路)가 될 수 있다. 작물생산의 예측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작물 생산이 예측 가능해지면, 농산물 수급상황에 따른 급격한 가격변동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대개 소득수준이 떨어지는 농민들이 보다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생명공학작물의 안전성에 관한 우려는 여전히 계속된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생명공학작물을 구미(歐美)의 다국적 농업기업들이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하려는 무기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 같은 인식에 부딪혀 생명공학작물에 관련한 초보적 논의조차 한국을 비롯 몇몇 국가에서는 15년째 제자리 걸음을 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생명공학작물을 심고 재배할 농민들이 정작 이와 관련한 논의의 장(場)에서 배제된 현실이다. 지난 3월 4일 서울에서 열린 생명공학작물 실용화 15주년 국제현황 보고회장에서도 땡볕에 피부가 검게 그을린 농민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농업기업과 환경단체가 싸우는 와중에도 정작 생명공학작물을 재배할 당사자인 농부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농민들이 생명공학작물을 '프로 초이스'하기 위해서는 우선 농민들에게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생명공학작물을 재배할 당사자인 농민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는 생명공학작물 도입과 재배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환경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농민들이 빠진 자리에서 울려 퍼진 제임스 박사의 '프로 초이스' 주장이 한편으로 못내 아쉬웠던 까닭이다.
정진욱 전자신문 기자coolj@etnews.co.kr  기자에게 값비싼 유기농 채소는 ‘그림의 떡’이다. 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망설여지는 데 하물며 유기농이라니. 그런데 올해 1월 사내아이를 출산한 내 누이는 확실히 달랐다. 대형할인점에서 눈에 불을 켜고 유기농을 원료로 하지 않은 제품보다 몇 배는 비싼 유기농 이유식만을 신중하게 고른다. 남편의 밥상에는 김치와 밥만 올리지만 자식 입에는 유기농만 먹이고 싶은 게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누이를 안타깝게 할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지난 11월 미국화학학회(ACS)의 학술지인 농업-식품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따르면 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재배한 농산물이 오히려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보다 건강에 이로운 항산성분 등 관련 물질을 보다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 아직 유기농 식품의 이로움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소비자가 유해성을 의심하면서 먹는 생명공학작물(GMO)은 재배가 본격화된 지 16년이 지났음에도 발생한 안전성 사고가 없다. 과학계에선 이미 GMO가 안전하다는 결론에 잠정 동의하고 있다. GMO는 모르는 사이에 이미 한국인의 밥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수입한 옥수수 158만t 가운데 생명공학옥수수는 79만t을 차지했다. 불과 3년 전인 2007년 수입량이 100t 이었던 것에 비해 폭증한 것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한우의 대부분은 생명공학옥수수를 먹고 자란다. 빵, 과자 등 가공식품의 상당수가 생명공학 농작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수년 내 생명공학작물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가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유기농 식품에는 군말 없이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도 과학적으로 안전한 GMO에는 의혹을 거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GMO는 그 순수성을 의심받는다. 이 논란에는 미국과 EU로 대변되는 GMO 찬반 진영 간의 이권이 개입됐다. 미국은 GMO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며 제한된 경작지 안에서 필연적으로 기아에 허덕이게 될 인류를 구원할 대안으로 꼽는다. 유럽연합(EU)은 GMO가 환경오염의 주범인 동시에 심지어 시체를 연상케 하는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EU가 자국 농민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이 같이 주장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과학적 태도’이다. 과학적 팩트는 또 다른 팩트로 부정당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해외 석학들이 GMO가 안전하다며 과학을 외치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GMO의 안정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소통’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이 같은 소통의 장이 열린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소통의 폭은 여전히 협소하다. 이제는 GMO에 대한 소통의 장에 전문가뿐 아니라 얇아지는 지갑에 한숨 쉬면서도 유기농 야채를 집어 드는 당신의 어머니•아버지 그리고 미래에 어머니•아버지가 될 당신의 아이들도 참여시켜야 한다. GMO의 미래는 과학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전자신문 박승정 부국장  sjpark@etnews.co.kr다시 식량이다. 식량 문제가 근래 들어 지속적인 핵심이슈로 더욱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아예 식량 전쟁이라는 자극적인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전통적인 무기체계하의 군비경쟁은 이제 옛말이다. 얼마 전 열린 경주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제30차 아시아•태평양지역 고위급회의가 대표적이다. 이 회의에서는 아예 식량 안보에 대한 얘기가 주요 논의 주제중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인구증가가 가속화 하는 개발도상국의 특성과 이들 국가가 몰려있는 지역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세계 인구는 지난 1900년 15억명 정도에서 1925년 20억명, 1960년에는 30억명으로 60년 동안 2배의 인구 증가를 기록했다.지난해에는 68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수치상으로는 100년 동안 4배 가량 인구가 늘어났다. UN은 현재의 인구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세계 인구가 오는 2025년 85억, 2050년에는 1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매년 9000만명의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인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간 2800만톤의 곡물이 생산돼야 한다는 게 UN의 추산이다.우리나라 인구 역시 8.15 광복 당시 2000만명에서 지금은 7000만 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기아선상의 보릿고개에서 산업화를 거치면서 비약적인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FAO에 따르더라도 올해 세계 기아 인구는 9억7300만 명으로, 1995년∼1997년 평균치(8억2490만명)보다 18.0% 가량 증가했다. 아•태 지역은 특히 굶주림을 겪는 인구가 6억5000만명으로 전체 기아 인구의 66.8%가 몰려 있다.식량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전세계적으로 1950년에서 1990년 사이에 녹색혁명과 화학비료와 농약의 개발로 농사짓는 기술이 발전하여 세계 곡물(쌀•보리•밀•옥수수•콩•조•수수 등) 생산량이 거의 3배로 늘어났다.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농업의 기술발전이 둔화돼 세계 곡물생산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특히 식량 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줬다. 지난 봄과 여름, 13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과 폭염•산불로 인해 러시아 곡물 생산량이 25% 가량 감소했다.러시아는 전세계 곡물 수출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식량대국이다. 이 나라 올해 곡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5% 가량 감소한 9700만톤에 그칠 전망이다. 러시아는 아예 곡물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했음은 물론이다.당연히 세계 각국이 식량의 안보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아시아•미국•러시아•중국 등 대국들이 수출 규제와 함께 식량 비축에 나서는 등 내셔널리즘이 강화되고 있다.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27.8%에 불과하다. 자연히 식량난이 일어날 경우 대책이 없다.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국제 곡물시장에서 두 배로 오르면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가 0.7% 가량 인상된다고 한다. 연 물가 상승률 3% 억제선을 생각하면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그런데도 대책이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 개발도상국의 인구증가율과 식량 생산량을 감안하면 세계 식량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도 할 수 있다. 당장 이디오피아 등 아프리카 빈국은 물론이고 방글라데시•파키스탄•아이티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식량 부족 때문에 폭동이 일 정도다.게다가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부각되면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바이오에탄올의 주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가 오히려 식량 위기를 몰고올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했다.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곡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방법을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생명공학작물(GMO)이 유력한 대안이라는 얘기다.세계 각국에서 GMO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는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반대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디오피아의 아이들은 식량이 모자라 뼈만 앙상한 채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고 아이티의 어느 한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진흙쿠키를 먹는 상황이다.GMO 작물이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라면 무조건 반대만 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육종 기술로는 불가능하지만,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의 척박한 땅에서도 옥수수•벼 등 GMO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면 귀중한 생명이 기아에 희생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다국적 기업들의 이윤논리나 이해관계, 제국주의의 경계론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겨우 춘궁기를 지났다고 해서 배부른 소리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GMO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만큼 슬기로운 연구개발과 활용 등 대안 모색에도 지혜를 모아보자는 것이다.
중앙일보 경제부문 기자 심재우 jwshim@joongang.co.kr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원하는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지 좋아하는 검색엔진을 작동해 필요한 정보를 가져다 쓴다. 문제는 워낙 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니 어떤 것이 믿을만한 정보인지 가리지 않고 입맛에 맞는 정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타블로 사건을 보면서 인터넷 사용자를 비롯한 현대인들의 편협적인 정보취득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귀에 거슬리는 진부한 진실보다는 재미있고, 쇼킹한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인 것이다.이같은 상황은 중앙선데이 10월17일자에 실린 기사에서도 반추할 수 있었다. 경남 양산에 있는 천성산 르포기사였다. 200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천성산 도롱뇽 사태의 진앙지다. 당시 내원사 지율 스님은 천성산 터널은 환경을 파괴한다며 2003년부터 2005년까지 4차례에 걸쳐 241일의 단식농성을 벌였고, 환경단체 등이 도롱뇽을 원고로 하는 소송을 벌이면서 터널공사가 세 차례 중단됐다. 그러나 본지의 후배 기자와 충북대 교수가 11월1일 터널 개통을 앞둔 천성산 일대를 7년 만에 둘러본 결과 터널이 뚫리면 금방 씨가 마를 것이라던 도롱뇽은 지천에 널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2003년에도 일반 대중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도롱뇽이 곧 사라질 것이라며 생명을 담보로 단식에 들어간 지율 스님의 판단을 진실에 가깝게 봤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스님이 ‘도롱뇽이 사라진다’고 얘기하는 게 정부와 건설업자의 해명보다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이 기사를 읽으면서 한편으로 생명공학작물을 떠올렸다. 유전자를 재조합한 작물이 과연 인체에 해를 입힐 것인가, 아니면 아무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것인가라는 논란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종자회사들이 “절반이 넘는 세계 인구가 생명공학작물을 소비했지만 아직까지 심각한 식품 알레르기나 독성 등 문제가 생간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인체에 해를 입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더 솔깃하기 때문이다. 이때 과학적 근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또 시민단체들은 생명공학작물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많지 않은 대안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가 비타민 함량이 높게 변형된 ‘황금쌀’처럼 가난한 국가의 기아 극복에 사용되는 생명공학작물이라면 인류복지를 위해 반대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도 국내 시민단체는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듯 하다.천성산 도롱뇽의 경우처럼 시민단체들이 그저 개연성에서 출발한 ‘그러려니’ 논리를 펼 때 생명공학작물과 관련된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를 꼼꼼하게 기록한 뒤 반증하는 과학적 증거가 나올 때 마다 반박하는 서비스를 제안한다.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나도 과거의 주장을 잊지 않고 이 같은 서비스가 계속된다면 대중의 신뢰는 계속 쌓이고 시민단체는 섣부른 주장을 삼가할 것이다. 도롱뇽의 경우 언론이 이 같은 일을 도맡았지만, 생명공학작물의 경우 언론의 힘 만으론 전문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물론 지금처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하나하나의 의문이 차례대로 풀리면 긴가민가하던 시민들도 생명공학작물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수고를 덜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동아사이언스 기자 변태섭 xrockism@donga.com“1 달러만 주세요.” 검은 피부에 유난히 큰 눈을 가졌던 8살의 꼬마는 두 손을 수줍게 내밀며 내게 말했다. 지난 9월 취재차 찾은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였다. 수학을 좋아한다던 꼬마는 아침을 굶었다고 했다. 고사리 같은 손에 1달러를 쥐어주자 꼬마는 밝게 웃으며 가게로 뛰었다. 높게 솟은 빌딩과 화려하게 차려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들의 모습은 간간히 눈에 띄었다.굶주림은 꼬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고 있다.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놓인 사람은 약 8억5000만 명.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른다. 지구온난화는 이런 상황을 더욱 어둡게 한다. 기온이 오르면 작물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전에 없던 병충해까지 생겨 수확량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FAO는 최근 2015년까지 전 세계 기아 인구를 10% 줄이기로 한 ‘밀레니엄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발표했다. 기아문제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어떤 위대한 정치가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재조합농산물(GMO)이 속속 개발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GMO는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합해 해당 특성을 갖게 만든 농산물을 말한다. 가령 고온저항성 유전자를 넣은 벼는 기후변화에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를 주입한 감자는 병에 잘 걸리지 않아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GMO를 통한 제2의 녹색혁명이다. 부푼 기대와 달리 GMO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정성센터가 지난해 국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GMO가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GMO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도 49%에 이르렀다. 몸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한 GMO를 두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 역설(逆說)은 GMO의 녹색혁명을 가로막는다. 이러한 논란에도 GMO 재배면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 민간 비영리단체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는 지난해 2월 GMO 작물의 총 재배면적은 1억2500만ha로 전년보다 9.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덩달아 GMO 생산량도 증가 추세다. GMO가 식량위기를 해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안전성이 보다 확실히 검증될 때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GMO의 장점만큼이나 단점 역시 ‘아직까지는’ 무시 못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꼬마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요”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꼬마가 농사를 지을 때쯤이면 GMO를 걱정 없이 기를 수 있을까. 그가 수확한 곡물이 다른 이의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유병선 ybs@kyunghyang.com과학자들은 물이 절연체라고도 하고, 전도체라고도 한다. 달리 말하면 절연체로서든, 전도체로서든 모두 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물과 전기의 모순이 과학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아무런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명쾌하다. 수소 분자 2개와 산소 분자 1개가 결합한 물(H2O)은 전류가 흐르지 못한다. 중학생도 과학시간에 졸지만 않으면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증류수와 같은 절연체로서의 순수한 물은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마시고 씻고 하는 자연계의 물은 전류를 흐르게 하는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어 전도체로 보는 게 과학적이다. 그래서 물은 절연체이지만 전도체라는 말이 하등 헷갈림 없이 받아들여진다. 과학에서 물성을 따질 때의 물은 절연체이고, 일상에서 전기를 다루면서 감전 사고를 조심해야 할 때의 물은 전도체라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이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은 물과 다르다. 어떤 과학자들은 안전하다고 하고, 어떤 과학자들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은 어느 쪽 말이 맞는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GMO의 안전성을 둘러싼 과학 논쟁이 전문적이고 복잡하다. 하지만 두 편으로 갈린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안전성을 지지하는 측은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고 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쪽은 안전하다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며 반박하는 것이다. 서로 그렇지 않음을 입증하라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GMO 안전성 논란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났다. 과학자들은 현대 과학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믿는 경향을 보인다. 과학적 진위 공방은 신념이나 윤리, 가치관의 충돌로 전선이 옮겨진 셈이다. 절연체를 말할 때나 전도체를 가리킬 때나 ‘물’이라고 하지만, 전 세계 콩의 80% 가까이가 GMO인데도 그냥 ‘콩’과 ‘GMO콩’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그 방증이다. 과학에서 신념의 문제로 바뀐 상황에서 진짜 쟁점은 GMO 먹을거리가 우리의 삶 속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안전성이란 단일 잣대로만 측량할 수 없는 복잡다기한 논쟁을 낳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단위 단일경작의 확산이 지속가능한 농법인가, GMO가 종자와 농업의 대외 종속을 심화하는 건 아닌가, 분배의 왜곡을 바로잡지 않은 채 GMO로 식량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가 등등의 해묵은 환경적•사회적•국제정치적 논쟁이 GMO 식품의 조용한 확산과 더불어 새삼스럽게 불붙고 있다. 과학은 불확실성에 빠졌고, 우리의 식탁에는 이처럼 시끌시끌한 논쟁거리들이 매 끼마다 올라오고 있는 셈이다. 입맛 떨어지지만 회피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가치관의 문제라면 어떤 논쟁이든 사회적으로 활발해질수록 GMO가 물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타임스 정경과학부 안경애 차장 naturean@dt.co.kr올해는 유난히도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각종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봄답지 않은 매서운 한파와 부족한 일조량 때문에 양파, 파, 상추 등 채소 값이 금값이 됐다. 이전에는 구경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발칙한’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다 돌아서길 여러 차례. 요즘엔 다소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겨울 같은 봄 날씨를 겪은 탓에 수확량이 이전 같지 못한 지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에, 농산물 값이 가장 만만했던 예전이 그리울 따름이다. 이상기후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전체가 혹독하게 겪고 있다. 올 여름 지구촌 북반구는 폭염에, 남반구는 혹한에 시달리고 있다. 사상 유례 없는 추위로 어린이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페루에서는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됐고, 러시아는 40도 가까운 폭염과 가뭄으로 인명피해가 잇따르면서 83개 지역 중 23개 지역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바다 건너 중국은 물난리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달 초부터 중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1억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상기후’가 올해 봄과 여름만의 단기성 현상에 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당장 우리 먹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실제로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는 이상기후의 영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3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에 1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은 곡물 생산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다 중앙아시아 최대 농작물 수출국인 카자흐스탄과 주요 농작물 수출국인 미국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캐나다는 홍수의 타격을 입었다. 그 영향으로 국제 시장에서 밀 선물 가격이 지난 6월 이후 25% 이상 올랐다. 밀, 옥수수, 콩, 설탕 등 기본 먹거리들의 가격이 안정되지 못하고 치솟는다면 어느 한 지역, 한 나라가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극심한 후유증을 앓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이상기후 현상이 앞으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와 기술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떠오르는 게 생명공학작물(GMO)이다. 가뭄에 잘 견디는 벼,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 바이러스 저항성을 가진 고추 등을 내놓은 생명공학작물이라면 가뭄, 폭염, 혹한 등에도 인류가 견뎌나갈 수 있는 먹거리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 비판자들은 “생명공학식품을 세끼 배불리 먹느니 차라리 하루 한끼를 먹더라도 안전성이 검증된 음식을 먹겠다”고 말할지 모른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생명공학작물에는 지구상 어떤 식품보다도 엄격한 심사 프로세스가 적용되고 있다. 대두와 옥수수의 경우, 대부분이 생명공학작물이 차지해 식품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두와 옥수수의 경우, 생명공학식품이 대세인 것이다.선택은 개인이 하더라도 정책적으로는 위기대응전략을 짜야 할 때다. 다행히 생명공학작물 관련 국내 기술 수준은 세계에 뒤지지 않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을 구성하고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연구를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사업단에는 지금까지 5000여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덕분에 생명공학작물과 관련해 불모지에 가깝던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R&D 거점이 만들어졌다. 사업단은 기술이전만 100억 원이 넘게 했지만 국내에서는 생명공학작물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와 종자산업․농업의 낙후성 때문에 기술을 전해줄 곳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이 해외 다국적기업에 이전됐다. 생명공학작물을 산업화할 종자기업도, 농업 기반도 생명공학작물을 받아들일 사회분위기도 정부정책도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는 아예 거뒀다. 국내 연구자들이 실패 위험성을 무릅쓰며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아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는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해외에서 거의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기후가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 이 때, 정부는 현실성 있고 충실한 농산물 분야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그 전략 속에서 생명공학작물을 배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 기자tkpark@joongang.co.kr병명(病名)도 작명이 잘 돼야 국민들에게 지나친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다.개가 걸리면 광견병이지만 사람이 감염되면 공수병(恐水病)이라고 칭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광우병을 BSE(소 해면상 뇌증), 인간 광우병을 vCJD(변형 크로이츠펠트 야곱 증후군)라고 병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많다. 2003년 중국ㆍ동남아시아에서 ‘괴질’이 발생했을 때 방역당국은 서둘러 병명을 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로 통일했다. “국민의 지나친 공포심은 사회 혼란을 일으킬 뿐 방역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에서였다.축산업자들은 조류 독감이란 가축 병명에 거부 반응을 보인다. 병명이 국민들에게 지나친 불안감ㆍ공포심을 야기해 축산업을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받는 느낌과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GMO를 놓고도 GMO에 반대 입장인 소비자 단체는 유전자조작식품, 농림수산식품부는 유전자변형식품,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전자재조합식품이라고 달리 표현한다. 국문 번역 자체가 각자의 의도와 시각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식경제부는 GMO 대신 LMO(유전자변형 생물체)라고 표기해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럽다.우리 국민이 모두 생물학 전공자가 아니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래서 기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GMO의 우리말 통일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용어를 하나로 정리해 국민들을 괜히 헷갈리게 할 이유가 없다는 데 대해선 정부ㆍ연구기관ㆍ시민단체ㆍ언론이 대부분 동의했다. 그러나 총대를 메는 사람은 없어 일이 진척되지 않고 공허한 논의로 그치고 있다. GMO를 식품위생법ㆍ식품안전기본법에선 유전자재조합, 농산물품질관리법ㆍ수산물품질관리법에선 유전자 변형이라고 달리 표현하는 등 명백한 법적 하자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GMO를 내각부ㆍ농림수산성ㆍ후생노동성 모두 ‘유전자재조환’(再組換)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조환은 우리말의 조합(組合)에 해당하며 ‘다시 짜다’ㆍ‘재편성하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와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GMO 등 용어 통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기혜 박사가 초안을 내놓았다. 정박사는 보고서에서 “GMO를 유전자재조합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전자 변형’은 유전자재조합 기술 외에 세포 융합ㆍ조직배양ㆍ생체반응 등의 기술을 모두 포함해 너무 광의적이라는 것이다. 또 어감상 ‘변형’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우리말에서 ‘변형’보다 더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조작’(操作)은 일단 배제시켰다.정박사의 보고서는 일단 논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왕 바꿀 거라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OK’하는 용어로 낙점할 필요가 있다. 식품과학회 춘계 학술대회 등에서 이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공론화해 보면 어떨까? 최적의 용어를 찾는 데 설문조사 등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ㆍ환경 단체를 적극 참여시키고 언어학자ㆍ법학자 등의 조력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독일의 가곡 ‘송어’를 초기 번역가가 숭어로 오역한 뒤 이를 수십 년째 계속 사용하듯이 우리는 오류를 고치는데 너무 무심해 걱정이다.
박방주 중앙일보 과학전문 기자bpark@joongang.co.kr육종의 세계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일본 산토리사가 2004년 유전자재조합 방법으로 ‘파란 장미’를 개발한 것이나, 국내에서 배아가 보통의 벼보다 두 배 정도 더 큰 거대배아미를 개발한 것 등을 보면 육종이야 말로 신의 손을 대신하는 작업으로 비춰진다. 파란 장미(blue rose)는 그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품종으로 꽃말 마저 ‘있을 수 없는 일•불가능한 것’으로 붙여졌던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냈다. 신의 영역처럼 느껴졌던 새로운 식물의 탄생이 인류의 손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육종은 전통육종, 유전자재조합, 방사선 육종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통육종의 기본은 식물의 경우 암수간의 교배(수분)를 통해 이뤄진다. 좋은 품종끼리 교배해 우량 품종이 나오게 하는 방법으로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1970년 대 다수확 품종으로 유명한 통일벼도 이렇게 개발되었고 2007년 경상대 연구팀이 개발한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콩’도 그렇다. 일반 콩에는 날것으로 먹을 때 소화를 방해하는 물질이 있고, 비린내가 나는 것이 특징이 있는데, 소화 방해 효소가 없고, 비린내도 나지 않는 신품종을 일반 교배 방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유전자재조합 방법은 최근에 개발된 것 이지만 최근 육종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맞춤형 신품종 개발이 가능한데도 세월도 짧게 걸린다. 이를 테면 비가 잘 오지 않고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벼,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지 않는 고추,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 등도 이렇게 개발됐다. 유전자재조합은 DNA가 동식물 등 생명의 종의 장벽을 넘나 드는 특징을 십분 활용한다 하겠다. 즉, 바이러스에서 뽑은 유전자를 담뱃잎에 넣어 거기서 백신 성분이 생산되도록 한다든가, 해파리에서 초록형광단백질을 추출해 식물이나 동물의 유전자 조작여부를 확인하는 단백질로 사용하는 것도 그런 특징을 반영한다. 유전자재조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작물이나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 반응이 문제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점차 인식의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유전공학 회사들은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와 함께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에도 배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사선을 쪼여 신품종을 만든 것은 80여 년 전에 알려진 기술이다. 씨앗이나 자라고 있는 식물 몸체에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만든 뒤 좋은 품종을 골라 내는 것이다. 방사선을 쪼인 식물에서는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원하는 품종을 콕 집어 개발하기는 쉽지 않지만 뜻하지 않는 품종이 나올 확률이 높은 장점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 방법으로 개발한 신품종이 3000여종에 이른다. 이들 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일은 아니다. 서로 장단점이 있고, 인류의 신품종 개발에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지원하거나 육성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장점을 십분 살려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추면 한국의 농업이나 생물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용하 매일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jlyon@mk.co.kr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정복전쟁을 시작하면서 소아시아의 프리기아란 나라를 지나게 됐다. 성에는 밧줄로 묶어놓은 전차가 있었는데, 신탁에서 이 전차를 묶은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다스릴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신탁을 알고 있엇던 알렉산더는 매듭을 풀려고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풀리지 않자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리며 자신이 ‘아시아의 왕'임을 주장했다. 이렇듯 쉽게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고르디아스의 매듭(Gordian knot)'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과학기자들에게 GMO(생명공학작물)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이자 계륵같은 존재다. 증가하고 있는 생명공학작물 관련 연구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생명공학작물의 장점과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과 아직 검증이 돼 있지 않다는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기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유전공학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만큼 유전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생명공학작물의 안전성을 100% 확신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제법 중립적인 입장에서 쓴 생명공학작물 기사라도 데스크가 "생명공학작물은 위험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며 보도를 유보라도 할라치면 스스로 기사를 게이트 키핑해 관련 보도를 꺼리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우리사회가 생명공학작물에 대해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을 따른다고 지적한다. 위험의 사전적 의미는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로 불확실성이 핵심개념이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이다. 1969년 미국의 물리학자 C. 스타는 기술발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사회적 이득을 비교분석해 봤다. 그 결과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 위험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외부에서 주어진 위험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생각한다. 즉 성형수술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음식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는 훨씬 적더라도, 그 수천만 분의 1의 위험성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다. 이처럼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음식의 안전성은 확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중들은 음식물에 대한 위험을 확률이 아닌 불확실성, 재앙의 정도, 형평성, 통제 가능성, 후속 세대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식과 복잡한 과학적 설명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이 나서서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너희는 따라와야 한다고 주장해봐야 대중들은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지금까지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홍보점수는 ‘0'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생명공학작물이 정말 안전하다면 일부 시민단체들에서 ‘유전자조작식품'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용어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품은 훨씬 더 든다. 뜨게질을 예로 들어보자. 뜨게질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는 풀어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렇지만 뜨게질을 시작한지 한참이 지난 뒤 무늬를 잘못 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동안 시간과 비용은 허공에 떠버리고,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생명공학작물의 진실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생명공학작물은 위험해'라는 대중의 상식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려면 그럴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무조건 반박을 하거나 식량주권, 못 먹고 못 사는 사람들과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을 생명공학작물로 구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다. 새로운 기술로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은 해결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기술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낙관주의로는 절대 해결이 되지 않는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소비자들의 참여를 통한 신뢰의 구축과 관련 정보를 가감 없이 공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시민들이 위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knhwang@hankyung.com지난 2년간 과학기술분야를 취재하면서 가장 기사화하기 쉽지 않다고 느낀 주제 가운데 하나가 생명공학작물(GMO)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생명공학작물 연구의 필요성 및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독자들에게 생명공학작물의 장점에 대해 널리 알려야 할 필요성도 크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는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생명공학작물과 관련해 썼던 몇몇 기사들 가운데 생명공학고구마 관련 기사는 독자들이 메일과 전화로 문의를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 바이오 연구센터의 곽상수 박사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과학자들은 사막이나 오염지역에서도 자랄 수 있는 바이오 에탄올용 생명공학고구마를 개발하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고구마의 특성에 주목한 것. 고구마는 특히 농약과 비료 없이도 단위면적당 생산수량이 많기 때문에 한계농지를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미국 농무부(USDA)가 2008년 8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에탄올 작물인 옥수수,카사바, 고구마를 앨라바마주와 메릴랜드주에서 재배한 결과 고구마의 단위 면적당 탄수화물(전분) 평균 생산량이 옥수수에 비해 최대 2.2배, 카사바에 비해 4.5배 많다.현재 상용화된 옥수수 바이오 에탄올은 세계 곡물가격 급등을 초래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폐탄광이나 사막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공학 고구마를 개발한다면 바이오 에탄올과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한•중•일 3국 가운데 고구마 연구가 가장 뒤쳐져있는 형편이다.‘쌀 떨어지면 먹는 구황작물’,‘후진국 작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지금까지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전체 연구자 숫자도 20여명 안팎에 불과하다. 전세계 고구마의 82%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은 농업과학원(CAAS)산하 고구마연구소에만 30여명의 연구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를 중심으로 민간연구가 활발하다. 도요타는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고구마 경작지를 확보해 고구마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한편 고구마 전분을 이용해 자동차 차체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연구팀은 우리나라가 생명공학고구마 개발에 필요한 형질전환기술 등 핵심기술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중국과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곽 박사 팀은 이미 항산화 효소인 SOD와 APX를 엽록체에 발현시켜 제초제와 아황산가스에 강한 내성 갖는 SSA고구마 개발한 바 있으며 추위•건조•고염에 내성을 갖는 고구마도 연구실 수준에서 개발에 성공했다.최근에는 고구마의 항산화 성분을 고발현 시키는 농업생명공학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하기도 했다.연구팀은 또 중국 고구마연구소와 협력해 만리장성 북쪽 사막화 지역에 적합한 생명공학고구마를 5년 안에 개발할 계획이다.생명공학고구마는 사막화 지역이나 오염 지역 등의 한계농지에서 바이오 에탄올 생산용으로 재배될 경우 환경도 지키는 한편 에너지연료와 산업소재도 생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생명공학작물고구마 개발과 같은 생명공학작물의 장점이 더 많이 알려져 국내에서 관련 분야의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세계일보 우상규기자skwoo@segye.com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 수주 소식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원전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프랑스 등 원전 강국을 따돌리고 400억달러짜리 계약을 따냈다는 것에 다들 기뻐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원전 도입을 결심하고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0여년 만에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수출까지 하게 됐으니 분명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이었다.여기서 잠깐. 시계를 과거로 되돌려보자. 우리 국민이 지금처럼 원전에 대해 늘 우호적이었을까. 아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와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보면서 '원전 강국도 사고가 나는데 우리나라가 안전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원전이 들어서면 마을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죽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우리는 원전 보유국이 된 이래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고, 이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무사고'를 앞세워 UAE에 이어 터키 원전 건설도 수주했고, 인도 원전 건설도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해 4000억달러를 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는 작년 우리나라의 수출액 3638억달러보다 많은 액수다.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히 하면, 원전은 '안전성' 논란을 겪었지만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과 '안전성'을 무기로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다.시선을 먹을거리로 돌려보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나라에 원전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게 있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이 그렇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생명공학작물이라 부르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침이 마르게 설명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프랑켄슈타인' 작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생태계 파괴 등 GMO가 불러올 수 있는 재앙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GMO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선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해 줄 유일한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물이 부족한 사막이나 추운 극지방에서도 잘 자라는 곡물이 개발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 농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지구촌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병해충에 강해 기존 품종보다 농약사용이 줄어 환경에 덜 해롭다는 것도 좋은 점으로 평가받는다.이 같은 장점에도 GMO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안전성' 때문이다. 1994년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처음 상용화된 이후 지금까지 GMO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하지만 GMO가 앞으로도 영원히 100% 안전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다.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오랜 세월을 거쳐 사람들이 먹어도 안전하다고 여기는 식품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똑같은 식품도 개인차에 따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 물도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로울 수 있다.먹을거리 문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의 경우 2008년 재배된 콩 94%, 목화 95%, 옥수수 85%가 GMO 품종이다. 세계적으로도 콩의 70%, 목화의 46%, 옥수수의 24%는 GMO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가에서 GMO를 재배하지 않지만 가축 사료용 원료로 수입하는 옥수수는 전량 GMO다. GMO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우리나라도 이제 GMO에 대해 공론화를 거쳐 분명한 입장을 정할 때가 된 것 같다. GMO 도입을 찬성하든, 거부하고 대안을 찾든 선택이 늦어지는 만큼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처럼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라는 대가가 따른다. 원전의 경우 우리나라는 사고 위험이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도입해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성장시켰다. 만약 도입을 거부했다면 지금처럼 신흥 원전 강국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올해는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와 관련된 속담 중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있다. 호랑이는 두려운 존재다. 외면하고 피해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이라면 다치지 않고도 잡을 수 있는 사냥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연합뉴스 미디어과학부 김영섭 차장kimys@yna.co.kr지난 11월 16-1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중요하고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국제회의가 있었다. 지구촌 빈곤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자크 디우프 FAO 사무총장은 단식농성을 벌여가며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선진국의 지원 확대를 호소했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디우프 총장은 권위있는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생명공학작물(GMO)을 포함한 새로운 농업기술 개발이 식량 증대에 필수적”이라며 ‘생명공학과 식량위기’를 직접 연계시켰다. 그는 “세계 각국이 곡물 가격 급등 위기를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식량 부문에 대한 열악한 투자와 아시아 지역의 수요 급증, 곡물자원의 바이오연료 전용 등 식량위기를 부추기는 요인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농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유기농만으로 65억명의 세계 인구를 먹여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디우프 총장의 이런 언급은 식량위기와 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점에 피할 수 없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하겠다. 바야흐로 첨단과학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에, 전세계적으로 5초마다 8명이 기아로 사망하는 ‘풍요 속의 빈곤’ 시대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당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식량안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발행의 11월 최신호에 따르면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앞으로 40년간 세계에서 5살 이하 어린이 2,500만 명이 추가로 영양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세계은행은 세계인구가 2050년께에는 90억 명에 달하게 되고 전 세계 식량수요가 2030년까지 약 50%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러한 글로벌 식량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유엔은 지난해 6월 로마에서 식량안보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올 7월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G8 정상회의에서는 향후 3년간 20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라퀼라 식량안보 선언(Laquila Food Security Initiative)’을 채택했다. 급기야 글로벌 식량위기가 심화하고 이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이제, 생명공학작물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본다. 생명공학작물(Biotech Crop)이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 유용한 유전자를 그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작물에 삽입함으로써 유전자 물질(DNA)의 일부를 재조합한 작물을 말한다. 대표적인 생명공학작물은 잘 무르지 않아 보관이나 운반 및 보관에 편리하도록 개발된 토마토, 조명나방, 옥수수뿌리벌레 등 해충에 잘 견디도록 개발된 해충저항성 옥수수, 제초제에 견디는 제초제내성 콩 등이 있다. 생명공학작물이 소개된 이래 농민들의 작물 수확량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그 예로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옥수수는 첫 상업화된 1996년보다 33.1% 수확량이 증가했고 대두는 1995년 대비 19.6% 증가했다. 생산성을 향상시킨 생명공학작물의 재배로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해결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특히 최근 국가적,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온실가스와 관련해서도 생명공학작물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적은 연료 사용과 생명공학작물 재배를 통한 감소경운으로 추가적인 토양 탄소 저장으로부터 기안한다. 2005년 기준으로 생명공학작물의 재배로 인해 대기로부터 90억kg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했다. 이는 1년 동안 약 400만대의 차량을 제거한 동일한 효과라고 한다. 또한 생명공학작물 재배의 효과로 농약 사용을 2억2,400만kg 감소시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지금부터라도 우리 한국도 GMO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개선 없이는 GMO 품종의 국내 개발 및 재배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생명공학육종과 전통육종의 절묘한 상호관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한 원로학자의 ‘결론’은 우리 모두가 천착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김경식 논설위원kimks5@hankyung.com‘파란 장미(blue rose)’는 영어사전에 ‘불가능한’ ‘있을 수 없는 것(일)’으로 나온다. 장미에는 원래 파란색소를 만드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품종을 개량하더라도 ‘파란 장미’는 생산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셈이다. 12세기부터 전 세계에서 갖가지 교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유럽에선 ‘불가능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파란 장미’는 꿈의 영역이었던 것이다.이처럼 과학자들에게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온 파란 장미 개발의 꿈도 마침내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파란색 장미(genetically modified blue rose)가 11월부터 판매에 들어간다고 일제히 전했다. 일본의 주류메이커인 산토리사는 지난 15년동안 30억엔이 넘는 돈을 들여 푸른색 꽃인 팬지(pansy)의 유전자를 장미에 이식시켜 파란색 장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푸른색 유전자를 접목시킨 후 붉은 빛을 억제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탓에 꽃 잎은 연보라색에 가깝다고 한다. 파란장미는 보통 장미꽃보다 10배 정도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는 소식이다.이번 파란 장미 개발과 상품화는 여러 가지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J.왓슨과 F.크릭에 의해 1953년 DNA의 이중나선구조가 규명된 이후 유전자 분리,인공유전자 합성을 거쳐 1973년에 DNA 재조합기술이 개발되면서 유전자조작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파란 장미문제는 첨단과학으로도 풀리지 않는 숙제의 하나로 남아있었다. 유전자조작기술을 활용한 파란 장미의 개발사례를 높이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유전자 관련분야의 성공 사례는 비단 파란 장미만은 아니다.다수확•내병•내한성 벼품종과 우량 육질의 돼지•소 품종 개발,미생물에 의한 수소와 알코올 생산,사람 인슐린과 단일 항체와 인터페론(항암제) 생산,공해물질 분해•제거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유전자재조합을 통해 장기간 단단함과 신선도가 유지되는 형질전환 토마토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1994년부터 시판에 들어간 이래 해충에 잘 견디는 옥수수,제초제에 저항성이 뛰어난 콩 등 생명공학작물(biotech crop)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미국의 경우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활용한 대두와 옥수수가 각각 전체 생산량의 90%와 73%를 차지할 정도다.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유통되고 있는 유전자변형농산물 이른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30여개 품목에 이르며,특히 시판 중인 두부의 80% 이상은 유전자변형 콩이 섞인 원료로 제조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들은 흔히 ‘바이오(biotechnology)’로 통하는 생명공학기술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그렇다고 해서 모든 생명공학작물이 파란 장미처럼 호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서유럽 국가의 환경단체들은 생명공학작물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으로 폄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시민단체들이 안전성 등을 이유로 유전자변형농작물 수입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물론 생명공학작물로 인해 벌레가 더 많이 죽고 인간에게도 해롭다는 ‘제왕나비 소동’을 비롯 제초제에 견디는 슈퍼잡초 출현 경고,생명공학 콩의 알레르기 유발,생명공학 감자의 쥐 발육기능 저해 등 반대논리들은 아직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유럽에서는 생명공학작물이 재배되지 않고 있다는 것 등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문제는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public acceptance)이다. 과학적 산물이 사회적으로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긍정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관련 정보가 정확하게 시민에게 전달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고 보면 사회적 불신의 해소가 과학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바이오 과학자들과 기업들이 사회와의 소통에 온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강연회 등을 통해 바이오기술의 유용성과 안정성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이해를 얻어내야 한다. 생물공학작물이 언제쯤 파란 장미 같은 평가를 얻어낼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서울신문 이영준 기자apple@seoul.co.kr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를 보면 예기치 못한 ‘메가쓰나미’가 부산을 순식간에 덮쳐버린다. 모두가 ‘설마’하는 가운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고 미처 대비하지 못해 발생한 그 피해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지금으로선 이 같은 영화 속 대참사가 상상 속의 일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이상기후 현상이 속속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인 이슈가 됐다. 더구나 지난 24일 온난화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이상기후를 가져오는 ‘엘니뇨 현상’을 증폭시킨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때문에 인류는 예고 없이 불어 닥칠 기후변화의 공포를 사전에 막을 준비를 해야 한다. 영화 해운대에서 그려진 재앙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이런 기후변화의 양상들은 우리 삶의 터전을 황폐화 시키고 심지어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는 물리적인 식량 생산량을 감소시켰고, 이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결과 식량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국가 경제가 파탄날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식량 생산량이 높은 국가들의 횡포까지 더해져 식량보유의 양극화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구 기후변화가 식량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전세계 기아 인구가 전 세계 인구 6분의 1인 10억2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식량위기의 된서리를 맞은 저성장국가가 늘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식량위기를 먼 나라 이야기쯤으로 여기는 게 사실이다. 먹거리가 풍족하고 또 지천에 널렸으니 식량위기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그러나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식량위기 안전지대라고 하긴 이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뒤에서 세 번째”라며 “우리나라도 곧 식량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 세계의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촉발된 ‘애그플레이션’은 국내 소비자 물가까지 동반 상승시켜 금융위기•식량위기와 맞물려 국가 경제를 위협할 태세다.때문에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언제 우리나라에도 식량위기의 한파가 불어닥칠지 모를 일이다. 그 해법을 하나 제시하자면 바로 유전자변형작물(GMO)을 꼽을 수 있다. GMO는 지금 점점 다가오고 있는 지구의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단 GMO를 통해 식량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해충과 바이러스에 강한 품종을 생상할 수 있으며, 그 영양성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유전자조작이라는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식품의 안정성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한국바이오안정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앞으로 GMO에 대한 안정성평가 및 심사제도 또한 함께 강화될 전망이어서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크게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식량과 자연재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예고 없이 불어 닥치는 경우가 많다. 영화 ‘해운대’서 처럼 안일한 대처로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미리미리 식량위기를 대비한 준비와 조치를 취해야 한다.생명공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GMO가 미래 식량위기를 극복케 하고 우리 미래의 먹거리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